[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법원이 국정농단 핵심인물인 최순실씨 1심 선고 공판을 비롯해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의 생중계를 계속 허가하지 않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급심도 생중계할 수 있다는 대법원 규칙 개정이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는 지난 9일 최씨를 비롯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13일 1심 선고 생중계를 불허했다. 재판부는 불허 이유로 "피고인들이 재판촬영·중계에 대해 부동의 의견을 제출한 점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해당 재판 촬영·중계를 불허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7월25일 앞으로 최종심뿐 아니라 하급심인 1·2심에서도 중요사건의 판결 선고를 실시간으로 중계할 수 있게 했다. 해당 재판부에 재량에 따르는 데 피고인의 동의가 없을 때는 재판 중계방송을 하는 게 공공의 이익을 위해 상당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또 피고인 등 소송관계인의 변론권·방어권 기타 권리 보호 등을 이유로 재판장이 촬영 시간·방법 등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규칙 개정 이후 한 차례도 생중계된 사례가 없어 규칙 개정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개정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 1심 선고가 첫 생중계 사례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는 "선고 공판 촬영·중계를 허가함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상당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피고인들이 입게 될 회복하기 어려운 불이익이나 손해도 고려했다"며 불허했다.
이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파기환송심 선고의 생중계 여부가 관심을 모았지만, 심리를 맡은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대웅)는 "원 전 원장 등 피고인들이 모두 동의하지 않았고 부동의에도 불구하고 촬영을 허가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상당하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불허 결정을 내렸다.
법원의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거듭된 생중계 불허 결정은 지나친 피고인 보호라는 지적이 나온다. 피고인 인권도 중요하지만, 촛불 시위 및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까지 이어지며 국민적 관심을 끈 국정농단 사건이 갖는 파급력을 생각할 때 충분히 지난해 대법원이 개정 당시 밝힌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만 1심과 달리 이 부회장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항소심 재판부가 인신공격성 과도한 비난을 받는 것처럼 법원이 생중계에 큰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을 지낸 노영희 변호사(법무법인 천일)는 "당연히 피고인들은 동의하지 않을 텐데 이런 이유를 들어 계속 생중계를 불허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 규칙 개정 이후 주요 사건 생중계가 없다"며 "국정농단 사건은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고 매우 중요하다. 국정농단 사건 선고 공판의 경우 방청권을 구하기 위해 아침부터 줄을 서는 등 국민의 관심이 대단하다. 당연히 생중계해야 한다. 법원이 잘못 판단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법무법인 공간)는 "생중계를 해야 하는데 아쉽다. 국정농단 사건은 간단한 게 아니다. 박 전 대통령 탄핵까지 이어졌고 국내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며 "이 부회장 사건은 그렇다고 쳐도 검찰에서 최씨는 박 전 대통령과 공모관계에 있다고 보고 있고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규칙 개정 이후 최씨 선고 공판까지 생중계하지 않으면 개정 자체가 유명무실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의 결정을 이해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이경)는 "대법원과 달리 하급심은 나중에 상급심에서 판결이 뒤바뀔 여지가 있어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이번 선고를 앞두고 이 부회장 항소심 결과가 상당히 바뀐 것도 부담이 됐을 것"이라며 "형사재판은 기본적으로 피고인에 대해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른다. 피고인들이 생중계를 거부한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민들이 지난해 5월2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3별관 제1호 법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공판 방청권을 응모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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