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진영 기자]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시중은행들의 가상통화 거래를 위한 계좌 발급을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실명확인 시스템을 구축하고도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며 계좌 발급을 미루고 있는 은행들에게 자율성을 보장하고 적극적으로 나서게 하겠다는 것이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신년 오찬간담회에서 "시중은행 중 신한·농협·기업은행이 가상통화 취급업소 4∼5곳과 (거래)하고 있는데, 필요하다면 더 하도록 해야 한다"며 "(가상화폐 실명확인)시스템을 구축했으면 당국 눈치를 보지 말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하나은행 등은 실명확인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지만, 은행들은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정부의 강경한 입장 탓에 탓에 계좌 발급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이에 대해 최 금감원장은 "모든 일은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과 프로핏(수익)이 있는 것"이라며 "(계좌 개설 고객이) 가상통화만 거래하겠느냐. 은행들이 혈안이 되는 게 고객 확보인데, 자기들이 판단해서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자리에서 최 금감원장은 최근 가상화폐에 대한 국내외 대응들이 규제 강화가 아닌 정상적 거래를 위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정부의 실명계좌 확인, 불공정거래 및 자본세탁에 대한 견제와 단속 등이 가상화폐 거래 정상화의 발판이라는 것이다.
최 금감원장은 최근 전하진 자율규제위원장 등 블록체인협회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상품이든 가상통화든 자율규제 차원에서 거래가 정상화될 수 있으면 좋겠으며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는 건 서포트 하겠다고 했다"며 "또 금융권이 ICO(가상화폐공개)의 바탕이 되는 블록체인의 활용을 장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 금융사들의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는 ‘지배구조 상시 감시팀’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최 금감원장은 "해당 금융감독원에 상주하는 직원을 포함한 상시감시팀을 만들어 금융회사가 사외이사를 뽑는 과정 등을 모니터링 하겠다"라며 "다만 상시검사역(은행에 상주하는 검사역)의 경우 피감기관이 부담될 수 있고 은행의 경우 매년 14번의 검사를 받고 있는 만큼 고민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 금감원장은 최근 한국 GM사태에 대해서는 금감원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감리를 하려면 증권선물위원회의 요청을 받아야 할 수 있고 대출금리, 매출원가 등에 대한 의혹도 우리가 볼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라며 "경영 전반을 봐야 하는데 우리가 들여다 볼 수 있는 게 제한적이다"고 말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출입기자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씀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양진영 기자 cam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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