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외국계 자본이 최대주주인 국내 완성차 업체는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3곳이다. 이 중 한국지엠은 최대주주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한국시장 철수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르노삼성과 쌍용차는 올해 사업 성장이 예상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업계에서는 외국계 자본의 경영철학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외국계 자본이 경영하고 있는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쌍용차는 대조적인 행보를 걷고 있다. 한국지엠은 최대주주인 GM이 경영상의 위기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하며 우리 정부의 재정 지원을 압박하고 있다. 반면 르노삼성과 쌍용차의 최대주주인 프랑스의 르노그룹과 인도의 마힌드라그룹은 경영 자율성을 보장하며 자회사가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먼저 르노삼성은 르노그룹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내수 시장의 부진을 수출로 만회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2013년 생산량이 13만대를 기록하며 2010년(27만5000대) 대비 반토막 난 경험이 있다. 그러나 르노삼성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사가 협력했고, 르노그룹은 2014년 ‘닛산 로그’의 미국 수출용 물량을 르노삼성에 배정했다. 당시 그룹은 르노삼성을 살려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다. 르노삼성이 지난해 생산한 닛산 로그는 12만3202대로 전체 생산량(27만6808대)의 44.6%를 차지했다.
르노삼성은 닛산 로그의 생산을 전담하면서 실적이 빠르게 회복됐다. 2015년과 2016년 영업이익은 각각 3262억원, 4175억원을 기록했다. 1720억원 적자를 기록한 2012년에 비해 크게 성장한 것이다. 특히 노사가 협력한 부산 공장은 세계 46곳에 이르는 르노그룹 공장 중 생산성 순위에서 2016년 4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룹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르노삼성은 올해도 성장이 예상된다. 르노삼성은 올해 국내에 해치백 모델 ‘클리오’와 경상용 전기차를 출시하고 판매량 회복에 나선다. 르노삼성은 올해 내수 10만대와 수출 17만대 등 총 27만대 판매 목표를 잡고 있다.
쌍용차의 최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은 시너지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마힌드라그룹은 각각 독립된 회사들이 하나의 연합체를 이뤄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마힌드라그룹은 지난 2013년 80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쌍용차를 적극 지원하기도 했다. 이는 ‘먹튀’ 논란을 일으켰던 중국 상하이자동차와 차별되는 행보다. 아울러 마힌드라그룹은 미국 공장설립을 발표하고 쌍용차와의 동반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던 쌍용차 입장에서는 좀 더 쉬운 방법을 찾은 셈이다.
아울러 모기업의 경영철학과 함께 이들 외국계 완성차 업체들의 운명을 가른 것은 무엇보다 적절한 제품을 적절한 시기에 알맞은 가격으로 시장에 내놓았느냐의 여부다. 쌍용차는 소형 SUV ‘티볼리’를 통해 부활의 신호탄을 쏘았고, 대형 SUV ‘G4 렉스턴’으로 분위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최근 출시한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는 초고의 가성비라는 평가를 받으며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GM은 다음달 초에 진행되는 신차 배정을 앞두고 우리 정부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GM은 특히 우리 정부의 재정지원과 노조의 양보가 이뤄져야 신차를 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 한국지엠을 살리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자체를 의심받고 있다. 배리 앵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부사장은 20일 여야 정치인들과 만나 한국지엠을 살릴 수 있는 신차 배정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이번 발언은 어디까지나 조건부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우리 정부의 지원과 노조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미끼를 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GM은 세계 시장에서 수익성이 떨어지면 바로 철수하는 등 먹튀 논란이 있었지만, 마힌드라그룹은 기업 윤리가 강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무엇보다 이들 업체의 운명을 가른 것은 소비자 입맛에 맞는 차량 투입이 이뤄졌느냐의 여부”라고 강조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 근로자들(왼쪽)과 쌍용차 평택공장 근로자들이 각각 중형 SUV 'QM6'와 소형 SUV '티볼리'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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