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내수 및 수출 판매량 부진 등으로 우리나라 자동차 생산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결정과 철수설 등이 불거지면서 올해 생산량은 더욱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지엠이 수입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는 20년 넘게 국내에 공장을 신설하지 않고 있고, 구체적인 향후 계획도 없는 상황이다. 생산량 하락은 국내 일자리 문제와 직접 연결된다는 점에서 산업 전반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22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자동차 생산량은 전년보다 2.7% 감소한 411만4913대를 기록했다. 전년과 같은 글로벌 순위 6위를 기록했지만, 10위권 국가 중 2년 연속 생산량이 하락한 유일한 국가가 됐다. 2016년에는 전년 대비 7.2% 줄어든 422만8509대를 기록했다. 문제는 2016년에 인도에 뺏긴 5위 자리를 되찾는 것은 고사하고 7위를 기록한 멕시코에게 6위 자리도 뺏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 멕시코와의 생산량 격차는 4만7498대에 불과하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생산량이 더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단 GM이 올해 5월부터 한국지엠 군산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3년간 공장 가동률이 20%에 머물렀다고 하지만, 지난해 총 2만대 가량의 차량을 생산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크루즈와 올란도는 단종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업계에서는 부평·창원공장의 구조조정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한국지엠은 현재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특히 정부와의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부평·창원공장의 구조조정은 물론 GM의 한국시장 철수까지 예상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한국지엠이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수입사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지엠의 생산량 하락은 벌써부터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 인천본부의 ‘인천지역 실물경제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지엠 부평공장의 생산량은 지난해 철수설이 불거진 이후 급락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8만6000대에서 2분기 9만5000대로 늘었다가 3분기 7만9000대, 4분기 7만7000대로 줄었다. 특히 4분기 생산량은 전년 동기대비 23.5% 감소했다. 한국은행 인천본부는 부평공장의 생산량 감소가 한국지엠 철수설이 불거진 지난해 2분기 이후 내수판매가 크게 부진해진 데다 하반기 들어 수출마저 감소로 돌아선 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철수설이 불거지면서 불안한 소비자들이 한국지엠 차량 구매를 꺼린 것으로 분석된다.
더 큰 문제는 국내 자동차 산업 성장과 관련해 청신호는 없고, 적신호만 계속 켜지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1997년 당시 대우자동차가 군산공장을 세운 이후 20년간 국내에는 단 한 곳의 자동차 공장이 세워지지 않았다. 더욱이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국내 완성차 업체는 현재까지 국내에 새로운 공장을 지을 계획이 없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등 미래차 개발에 대한 투자를 밝히고 있지만 대량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신 해외에 생산 설비를 늘리고 있는 추세다. 현대·기아차는 국내보다 급격한 시장 성장이 예상되는 동남아와 러시아 등에 새로운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현지 사정 등을 포함해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전문가들은 1차적인 원인으로 국내 공장의 노동 유연성이 부족하고, 1인당 생산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최하위로 추락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사가 힘을 합쳐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동차 전문가로 알려진 유지수 국민대 총장은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자동차 공장의 생산성이 낮다. 한국지엠의 군산공장의 경우 지난 2016년 세계 자동차 공장 생산성을 평가하는 하버 리포트 조사에서 148개 가운데 130위를 기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문제 등을 해결해야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다. 노사가 합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2일 오전 셧다운이 예고된 한국지엠 군산공장에서 빈 작업대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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