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신흥 시장으로 떠오르는 동남아시아(SEA) 지역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전체 시장이 전년 대비 소폭 축소됐지만 현지마케팅 강화와 갤럭시J 시리즈 등의 인기에 힘입어 출하량도 상승했다. 중국업체도 약진했다. 2016년 급격히 성장한 오포가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삼성전자 뒤를 쫓았고, 비보는 상위 5개 업체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애플은 평균판매단가(ASP)가 상대적으로 높은 탓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6일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미얀마·필리핀·태국·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서 총 2930만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해 1위에 올랐다. 출하량이 전년 대비 25.8% 늘었다. 점유율은 29.1%로 3.3%포인트 상승했다. 전체 스마트폰 출하대수가 전년 대비 0.6% 줄어드는 등 시장이 주춤했지만 출하량을 늘리며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IDC는 갤럭시J 시리즈가 중저가 시장에서 인기를 끈 것을 요인으로 봤다. 동남아 지역은 가격에 민감한 시장으로 200달러 수준의 스마트폰이 주로 판매되고 있다. 중저가폰 비중이 약 64%를 차지한다. 삼성전자는 맞춤형 전략을 구사했다. 갤럭시J 시리즈를 필두로 한단계 위 사양인 갤럭시A 시리즈 등 중저가폰을 중심으로 공략하고 있다. 특히 프리미엄 기술을 보급형 스마트폰으로 확산시키며 다른 제조업체와 차별화를 뒀다. 지난해 갤럭시J5와 J7에 모바일 결제 서비스 '삼성페이'와 지문인식센서, 슈퍼 아몰레드(AMOLED) 디스플레이를 적용 것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삼성 익스피리언스 스토어(Samsung Experience Store)를 비롯해 주요 전자매장 내 샵인샵(Shop-in-shop) 스토어를 확산하는 등 현지 친화전략을 구사했다. 동남아 지역에서 인기가 높은 라인프렌즈와 협업해 신제품 체험 마케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중국업체의 약진도 눈에 띄었다. 특히 중국 정보기술(IT)·유통 전문기업 BBK그룹의 자회사인 오포와 비보는 점유율과 출하량을 끌어올리며 삼성전자를 바짝 뒤쫓았다. 오포와 비보는 지난해 각각 1720만대, 720만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했다. 오포 출하량은 전년 대비 29.3% 증가했으며, 비보는 118.2%의 급격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 둘의 점유율을 합치면 24.2%에 달한다.
IDC는 대규모 마케팅비를 투자하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것이 유효했다고 판단했다. 오포와 비보는 스타들을 기용해 제품 광고를 대대적으로 진행한다. 스타마케팅을 통해 자사 제품이 많은 사람이 쓰는 '대세 브랜드'라고 각인시키는 전략이다. 각국의 영화나 드라마 등에 제품을 협찬하는 간접광고(PPL)에도 적극적이다. 또 오프라인 매장을 위주로 판매를 진행한다. 영업사원들이 앞다퉈 제품을 팔도록 독려하는 한편 체험마케팅을 강화해 현지인들과 친밀도를 높이기 위한 차원이다. 타깃을 세분화해 공략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포는 고화질 카메라와 다양한 보정기능으로 20~30대 젊은 여성층을 주 수요층으로 삼고 있는 반면 비보의 경우 성능과 단순한 디자인으로 20~40대 남성층을 공략한다.
반면 애플은 점유율과 출하량이 모두 전년 대비 하락했다. 애플의 출하량은 전년 대비 2.2% 감소한 450만대였으며, 점유율은 4.4%를 기록했다. 아이폰5, 아이폰SE, 아이폰6 등 구형모델을 중심으로 판매가 이뤄졌지만 이조차도 ASP가 높은 탓에 중국 제조사에 밀려 큰 힘을 쓰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동남아 휴대전화 시장은 4세대(4G) 이동통신 단말기인 LTE 스마트폰 비중이 81%까지 치솟으며 신흥시장의 면모를 강하게 드러냈다. 피처폰을 밀어내고 스마트폰이 대세로 자리잡은 것이다. 또 5.5~7인치 대의 대화면 패블릿(폰+태블릿) 제품의 수요도 꾸준히 상승해 3500만대의 출하량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70% 이상 늘어난 수치다. 미디어 소비 습관 변화와 얇은 베젤의 스마트폰이 늘어나면서 화면이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IDC는 올해 더 큰 화면, 듀얼카메라, 인공지능(AI) 기능 등 현재보다 고사양의 스마트폰이 각광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가격은 20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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