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에 금감원장 낙마하자 장하성 책임론 대두

부정적 여론에도 "최 원장이 적임자" 급하게 밀어붙여…금융권 "인사파행 단초 제공"

[뉴스토마토 양진영 기자] 하나은행 채용청탁 의혹을 받고 있던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12일 돌연 사표를 제출함에 따라 장하성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의 책임론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당국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여러 의혹이 있는 민간 출신을 금감원장으로 강하게 추진했던 만큼, 인사검증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장하성 정책실장이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최 원장이 하나금융지주 경영진의 지배구조에 제동을 걸자 금융권으로부터 보복성 투서가 흘러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이같은 사단이 나도록 단초를 제공한 것은 장하성 실장"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태가 ‘예견된 일’이었다는 반응이다. 작년 9월 최 원장이 금감원장으로 내정됐을 때부터 뒷말이 많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에 이어 최흥식 금감원장 모두 장하성 청와대 실장의 최측근이 포진하게 되면서 문재인정부 경제팀의 이른바 '장하성 라인'이 완성됐다는 말들이 나왔다.

 

실제로 최 원장의 낙점에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실장과 최 원장은 같은 경기고 출신으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금감원장 후보로는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유력했다. 금감원 노조에서 환영성명을 낼 정도로 김 전 총장 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렸다. 하지만 최흥식 금감원장이 급작스럽게 선임이 됐으며 장 실장이 전방에 나서 최 원장이 적임자라고 강력히 천거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된 바 있다. 금융권에서도 이 당시 최 원장이 부동산 투자 등에 대한 문제와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라인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지만 장하설 실장은 이같은 평가는 철저히 무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장하성 실장이 김조원 내정자에 대해 반대한 시기에 장 실장이 몸담았던 참여연대에서 김 내정자에 대한 반대 성명이 나왔다"며 "최 원장이 민감금융 재직 시절 부동산 투자 등에 대한 흠이 있었지만 강하게 밀어붙였다"고 전했다.

 

금감원 노조 또한 최 원장 부임에 대해 비난하며 이번 사태를 예언한 바 있다. 금감원 노조는 당시 "(최씨가 임명되면) 금감원장은 금융위 관료의 허수아비로 전락하고 금감원은 금융시장을 장악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하나지주 사장 출신 금감원장을 임명하는 것이 청와대가 그토록 강조하는 적폐청산인가"라고 의문을 제시한 바 있다.

 

또한 금감원장 후보자가 바뀌었더라도 후보 검증이 제대로 이뤄져야 하는데, 장 실장의 입김에 밀려 낙마의 단초가 될 요인들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한 증거는 당시 하나은행 인사담당 실무자의 증언 뿐만 아니라 관련 녹취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다른 관계자는 "당시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관급 청문회 일정이 급한 상황에서 금감원장은 차관급으로 청문회가 없다고 해서 인사검증에 소홀히 했던 것 아닌가 싶다"며 "인사 검증은 청와대에서 하는 것이지만, 실무자 입장에서는 금감원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시장 장악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금감원은 최 원장의 사표와 별도로 이날 오전 발표한 특별검사단을 예정대로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 원장의 빈자리는 당분간 유광열 수석부원장이 맡게 된다.

 

하나은행 채용 청탁 의혹에 연루된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사표를 제출함에 따라 최 원장을 추천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인사검증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전통시장 행사에 참석한 최 원장. 사진/뉴시스

 

양진영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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