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텐디는 모바일 앱 설치 패턴을 분석해 소비자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뽑아내는 일을 가장 잘하는 스타트업입니다. 흩어져있는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데이터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데이터 허브가 되는 게 꿈입니다."
2016년 7월 설립된 텐디는 광고용 데이터 솔루션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이다. 자체 개발한 공개형 DMP(Data Management Platform·데이터 관리 플랫폼)인 스피어(Sphere)를 통해 모바일 앱 사용·설치 패턴을 분석해 정교한 광고 타깃팅 데이터를 제공하는 일을 전문으로 한다. 텐디가 뛰어든 디지털 광고시장은 페이스북·구글 등 빅플레이어 위주로 돌아가는 생태계로, 우수한 기술력을 지닌 벤처기업이라도 도전하기 어려운 분야로 꼽히지만 텐디는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텐디를 이끄는 김찬웅 대표는 10년 동안 제일기획에서 디지털 광고 관련 비즈니스를 업으로 삼았다. 스마트폰이 출시됐을 때 모바일 리치미디어(rich media·기존 정적인 광고와 달리 오디오, 비디오, 그래픽, 플래시 기술 등을 적용한 역동적인 정보를 양방향으로 제공하는 미디어) 상품을 선보였다. 기술과 아이디어, 스토리를 접목해 모바일에 구현하는 일이 핵심이다. 디지털 광고 분야 경력은 텐디 창업의 밑천이 됐다.
텐디가 하는 일은 데이터 분석하기, 데이터 인사이트 찾기로 요약된다. 모바일 앱을 기반으로 한다. 사용자가 설치한 모바일 앱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한 뒤 사용자를 최대한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다. 모바일 앱 설치 패턴을 분석하면 사용자의 관심사와 구매의도를 예측할 수 있다. 데이터 분석에서 나오는 이 같은 인사이트는 비용은 저렴하면서도 광고효과를 극대화하기를 원하는 광고주가 사용자 타깃팅을 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사용자 타깃팅 솔루션 기법은 다양하다. 예를 들어 부동산·이사 관련 앱을 설치한 사용자와 같이 앱 설치 후 예상되는 소비자의 액션이 명확한 경우에 타깃팅하고, KTX처럼 특정 앱을 장기간 설치할 경우 해당 앱에 대한 강한 충성고객층으로 인지해 타깃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모바일 앱 간 연관성을 분석해 특정 모바일 앱을 설치한 유저의 관심사를 분석하기도 한다. 음악 앱을 설치한 사용자와 웹툰을 설치한 사용자는 유사한 관심사가 있다는 결론을 얻은 인사이트가 그 사례다.
김 대표는 "텐디의 스피어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인사이트와 액션을 취할 수 있는 성과형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거의 독점하는 데이터 기반 광고 플랫폼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며 "글로벌 선진 기업보다 더 정교한 데이터 타깃팅을 적용한 광고상품을 개발해 국내 매체사의 수익성 개선에 기여하겠다"고 당당히 포부를 밝혔다. 김 대표를 만나 텐디, 스타트업, 디지털 광고업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제일기획에서 10년 가량 있었다. 디지털 관련 새로운 기법을 연구하는 일을 했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키우면서 직장생활이 순식간에 흘러갔다. 내부에서 너무 편하게 일을 하는 느낌도 받았다. 이슈가 생기면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지 않고, 내부에서 받아들여질까, 통과는 수월하게 될까를 기준으로 보게 됐다. 도태되는 느낌이 들었다. 작년이랑 올해랑 변화가 없는 거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도 정체돼있었다. 야후 등 외부에서 일할 때는 매년 성장했고, 인적 네트워크도 확장됐는데 그런 성장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 회사는 안정적이고 보수도 좋았지만 다른 도전을 하지 않으면 내가 정말 좋아하는 디지털 광고업을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해온 일의 연장으로 데이터 광고 비즈니스를 위해 창업을 결심했다. 기존 스타트업을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기술과 광고 산업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스타트업이 없었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광고 산업의 이해 또한 중요했다. 직접 전략을 짜고 수행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들어 직접 창업을 선택했다.
제일기획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했나.
기술과 아이디어를 접목하는 일을 했다.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 처음 출시했던 제품이 모바일 리치미디어다. 소재가 스마트폰 화면 전체를 커버하면서 스토리와 메시지를 모바일에서 구현할 수 있는 플랫폼을 외국에서 가져왔다. 기술과 아이디어 모두 필요한 작업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의 사례가 있는데, 2개의 생약 성분이 두 손으로 회오리바람처럼 섞여 병 안으로 쏙 들어가는 모습을 모바일 광고로 구현했다.
기술과 아이디어를 접목하는 것은 여전히 숙제다. 광고 에이전시는 기술을 원하고 기술업체는 광고와 마케팅시장이 탐난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감성, 아이디어가 접목돼야 회사의 가치가 폭발할 수 있다. 기술업체가 아이디어를 가진 업체에 투자하거나 크리에이티브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구글, 페이스북 등 기술업체들은 광고주와 더 멋있고 세련된 광고, 마케팅 사례를 만들고 싶은데 아이디어와 감성이 따라오지 못하니까, 외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고용하는 것이다.
텐디가 걸어온 과정을 설명해달라.
초기 창업팀은 3명으로 시작했다. 팀원 1명은 외국에 있었고, 다른 1명은 이미 자기 방향성이 확고해 협업 관계가 오래가지는 못했다. 2017년 1월 혼자 남게 됐고, 정부 지원금을 받아서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무료 음악 앱 비트패킹과 데이터 제휴를 맺게 됐다. 버려지는 데이터를 대량으로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이 데이터로 음악 앱에서 일어나는 행태를 분석하는 일을 했다. 트로트를 듣는 사람, 힙합을 듣는 사람, 오전에 듣는 사람, 오후에 듣는 사람, 음악을 많이 듣는 사람까지 다양한 데이터가 수집됐다. 의외로 광고주랑 연결되는 부분이 많았다. 웹툰 광고주와 연결해주니까 광고 효과가 좋았다. 웹툰과 음악은 연관성이 되게 높다. 음악을 많이 듣는 사용자는 혼자만의 시간이 많다. 혼자 음악을 들으면서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그룹인데 음악 들으면서 웹툰을 보는 게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 음악을 듣는 사람한테 웹툰 광고를 보여줬을 때 효과가 잘 나오는 거다. 특히 오후 4시부터 10시까지 음악을 듣는 사용자들이 웹툰 광고에 반응을 많이 했다. 비트패킹과 첫 번째 계약을 맺고 수익을 나누려고 할 때 비트패킹이 네이버에 인수됐다.
그즈음 회사도 힘들었고 사업 방향에서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 왔다. 운이 좋게 버려지는 모바일 앱 설치 데이터를 활용해보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모바일 광고 네트워크를 운영하던 분이었다. 이를 기반으로 사업계획을 짰고 지금까지 확장돼 이어져오고 있다.
텐디가 개발한 공개형 DMP(Data Management Platform·데이터 관리 플랫폼) '스피어'는 지난해 10월 탄생했다. 비트패킹을 이용한 사업 콘셉트 테스팅으로 모바일 설치 데이터와 사용 데이터가 가치가 있다는 시장성을 확인한 뒤 스피어를 개발했다. 모바일 앱 설치 패턴을 분석해 소비자의 관심사와 구매의도를 예측하는 DMP 서비스다. 앱 사용자의 행태를 분석해서 데이터의 숨겨진 의미를 분석해 광고주한테 알려주는 일을 한다. 광고주와 잘 맞는 사용자를 타깃팅하는 거다. 시스템적으로 앱 데이터 사이에 연관성을 분석해 시각적, 직관적으로 보여드릴 수 있다. 설치된 앱 사이에 연관성이 높은지 낮은지를 파악할 수 있고, 연광성이 높다면 광고를 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향후에는 데이터 분석 기법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고자 한다. 특정 모바일 앱에서 키워드를 뽑아낼 수 있는 기술이다. 분석 기술을 고도화시켜야 한다. 앱들의 연관도는 어떻고 연관도가 떨어지는 키워드는 무엇이고 연관성 높은 키워드는 무엇인지 한층 정교하게 파악하는 기술이다. 결국 광고주와 연관성이 높은 사용자를 찾는 게 목표다. 올해 상용화 수준까지 끌어올리려고 한다. 분석 알고리즘 특허를 출원했다.
텐디를 활용해 효과를 본 사례를 설명해달라.
투자자를 모집하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회사 A가 첫 성공 모델이다. 1명의 투자자를 확보하는 비용을 기준으로 텐디가 페이스북보다 30~40% 비용 절감을 가져왔다. 페이스북의 프로필, '좋아요' 등 데이터는 정확도가 떨어졌다. 프로필 업데이트를 잘 하지 않고, 지인의 경우 '좋아요'를 남발하는 것처럼 사용자 파악에 정확도가 떨어진다. 반면 증권 앱을 설치한 사용자라면 적어도 투자에 관심이 있다는 의미이고, 여유자금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텐디가 데이터 정확성이 더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공무원 시험 전문 학원인 B사의 회원모집 사례도 있다. 1명을 자사 회원으로 가입하는 데 들었던 비용이 페이스북이 100만원이라면 텐디는 75만원이었다. 페이스북의 경우 정확한 관심사를 지닌 사용자를 타깃팅하기 어렵지만 텐디는 앱 기반 설치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공인중개사, 부동산 등 키워드를 뽑아내 사용자 타깃팅의 정확도를 높인 것이다.
향후 계획을 말해달라.
데이터 수집기를 만들고 있다. 하반기 텐디 웹사이트에서 내려 받을 수 있다. 앱이 있는 광고주나 언론사 등이 자사의 관련 데이터를 무료로 직접 볼 수 있게 된다. 텐디 시스템과 연계해 마케팅 비즈니스를 구축하는 유료모델로 확장할 수도 있다. 전략적인 투자를 유치해 이동통신사 등 데이터를 대량으로 보유한 대기업과 제휴를 맺어 데이터를 받고 데이터를 가공하는 일을 할 생각이다.
텐디의 비전은 무엇인가.
데이터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데이터 허브가 되고 싶다. 데이터가 모여 분석되면 인사이트를 발굴해 분석 전문가가 없어도 텐디 플랫폼으로 데이터 가치를 10배 이상 창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 현재 텐디는 전체 인구의 50~60%가량의 관련 데이터를 포함할 수 있는 수준인데 90% 이상까지 늘려 기본 데이터를 제공해드릴 수 있는 데이터 허브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 모바일 앱 사용과 앱 설치 패턴 분야에서만큼은 자부심이 있다. 제일 잘 체계화시켰고 분석 기술도 뛰어나다. 좋은 타깃팅 데이터 세트를 뽑아낼 수 있는 분석 틀을 가지고 있다.
김찬웅 텐디 대표. 사진 제공=텐디
텐디가 사용자의 모바일 앱 설치 패턴을 분석해 설치 패턴 DNA를 추출하는 흐름도. 사진 제공=텐디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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