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가구업체들이 잇따라 제품가격을 인상한 가운데 글로벌 1위 홈퍼니싱 업체인 이케아가 대규모 할인 행사를 벌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케아의 가격정책이 향후 국내 업계의 가격 인상 흐름에 변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케아는 지난 8일부터 국내 진출 이후 최대 규모의 할인 행사를 벌이고 있다. 1600개 이상의 홈퍼니싱 제품을 15%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행사가 내달 30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행사는 올 초부터 국내 가구업체들이 일괄적으로 제품가격을 인상한 것과는 상반된 흐름이어서 업계 내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연초부터 시몬스와 리바트가 일제히 가격을 올렸고, 업계 1위인 한샘도 이달 초 전 품목에 대해 가격을 5% 인상했다.
이케아가 할인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국내 업체들은 제품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중저가 전략으로 한국 시장을 빠르게 침투하고 있는 이케아의 가격정책을 의식하면서도 손익분기점(BEP)을 맞추기 위해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3~4년 동안 아파트 건설 물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수요와 공급 원리에 따라 합판과 도료 가격이 30% 인상돼 원자재 가격 상승폭이 컸다"면서 "여기에 유가 상승이 더해지며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이케아는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제품을 기획하는 등 독특한 가격 정책을 펼치고 있다. 국내의 기존 업체들이 원재료 가격 상승 압력에 시달리는 데 비해 좋은 품질의 제품을 낮은 가격에 제공하는 브랜드 철학으로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케아 관계자는 "특정제품의 경우 기존 제품과 품질이 동일하면서도 재료를 적게 사용하는 구조를 개발하는 식으로 고객들에게 경쟁력 있는 제품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저가 정책을 펴는 이케아가 향후에도 공격적으로 점포 확장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업계 내 위기감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케아는 2014년 한국 진출 당시 2020년까지 6개 점포를 오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1호점인 광명점은 매출 3600억원대를 달성했고, 작년 10월 문을 연 고양점도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용인 기흥, 동부산 관광단지, 충남 계룡 등은 부지 매입을 완료해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인허가 문제가 남아있다.
이케아의 공세에도 국내 브랜드는 프리미엄 제품 비중을 확대하며 시장 내 입지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중저가 제품 시장이 확대되는 측면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프리미엄 수요 증가세도 견조한 만큼 이케아로 인한 타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업계 1위인 한샘은 올해부터 리모델링 사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넓히고 있고, 리바트의 경우도 제품 경쟁력을 기반으로 고급화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올 초에 신세계그룹이 인수한 까사미아 역시 프리미엄 브랜드로 시장 내 입지를 다져왔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이케아의 스테디셀러 상품은 사실상 가격 등의 측면에서 볼 때 경쟁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본다"면서도 "그외 상품은 사실 국내 브랜드와 가격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 우리는 품질로 승부하는 전략을 펴고 있으며, 중저가 라인 외에 리테일 부문에서 고객들의 취향이 고급화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프리미엄 제품 시장을 공략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가구업체들이 잇따라 제품가격을 인상한 가운데 글로벌 1위 홈퍼니싱 업체인 이케아가 대규모 할인 행사를 벌이고 있어 주목된다. 사진은 작년 10월 이케아 고양점 오픈식에서 방문객들이 줄을 선 모습. 사진/이케아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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