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개헌안을 발의하는 가운데, 각 정당에서도 자체 개헌안을 내세우면서 공방전이 커지고 있다.
야당은 권력 분산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국무총리 선출·추천권을 국회에 넘겨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여당은 이런 야당의 주장을 국민의 뜻과 다른 내각제적 요소로 규정하고, 총리 선출방식은 현행을 유지하면서 대통령 4년 연임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맞섰다. 가장 첨예한 전선이 형성된 권력구조 개편 문제에서 절충점을 찾지 못하면 개헌안의 국회 통과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선거구제 개편을 놓고는 어느 정도 여야가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어 합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중심제를 기반한 4년 1차 연임제를 제안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제에 기반한 ‘4년 중임제’를 사실상 당론으로 확정했지만, ‘4년 연임제’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현 대변인은 “다수 국민의 뜻인 대통령 4년 연임제의 채택은 국민이 충분히 공감할 만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연임제는 연속 2회 대통령에 오를 수 있는 형태고, 중임제는 시기와 상관없이 2회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는 방식이다.
반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은 ‘분권형 대통령제’를, 정의당은 ‘대통령제를 기본으로 하되 국회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각론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으나, 책임총리제 구현은 이들의 공통점이다. 국회의 권한 강화를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데 생각을 같이 하면서다.
한국당은 국회가 총리를 선출하고 총리가 실질적인 국정운영을 책임지는 내용의 책임총리제를 최근 당론으로 확정했다. 대통령의 권한을 외교·안보에만 국한시켜 권력을 분산하는 내용이다. ‘이원집정부제’와 유사하다.
평화당과 정의당의 경우에는 국회에서 총리를 선출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추천’을 하도록 해 국회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바른당은 총리를 국회가 선출하는 방식 또는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당과 평화당·정의당 당론의 절충안 격이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이런 야당의 요구에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여전히 총리 선출 방식은 현행대로 유지한 채 ‘4년 중임제’ 내지 ‘4년 연임제’ 개헌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국회에서 총리 추천을 하게 되면 사실상 의원내각제 되는 것”이라며 “국민들 여론도 대통령제를 선호하고,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는 우리에게 실제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에 야당 안을 받기는 좀 어렵다”고 밝혔다.
대통령 임기에 대해선 한국당과 바른당은 뚜렷한 당론 없이 유동적이다. 반면 평화당은 4년 연임제를, 정의당은 4년 중임제를 강조하고 있다. 다만 두 당에서는 만약 책임총리제가 실질적으로 시행되는 게 보장된다면, 4년 연임제 등 대통령 임기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내부 분위기도 감지된다.
선거구제 개편 방향에 대해선 정부와 여야 모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긍정적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다수 정당일 경우 정당 득표수에 비례해 당선인 수를 배정하는 선거방식이다. 소수정당에게 유리해 그동안 한국당이 반대했다.
야권은 최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핵심으로 한 선거제도 개편을 고리로 개헌 연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연동형 비례대표제에는 바른당·평화당·정의당이 가장 적극적인 입장이다. 바른당은 이미 연동형 비례대표제 또는 도농 복합형 중대선거구제의 도입을 당론으로 채택한 바 있다. 평화당과 정의당 또한 국회의원과 광역의원 선거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기초의회 선거에서는 중대선거구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에 뜻을 같이하고 있다.
그동안 선거구제 개편에 소극적 입장을 취했던 한국당도 ‘국민의 대표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을 주장하는 평화당과 정의당의 입장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평화당·정의당과의 ‘대통령 개헌 반대 공조 전선’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정부는 국회가 개헌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면 대통령 발의안을 밀어붙일 방침이다. 민주당은 국회 합의안을 표면적으로 강조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이를 경우 대통령 발의안에 따를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야당은 개헌의 주체가 국회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어 진통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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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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