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최서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발의하는 개헌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가 엇갈렸다. 헌법·법학자들은 권력구조 개편 방향을 놓고 ‘대통령의 권한을 내려놓는 것’이라는 긍정적 의견과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부정적 의견을 동시에 개진했다. 다만 이들은 이제라도 여야가 양보와 타협을 통해 국회 차원의 개헌안 발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대 쟁점은 대통령 4년 연임제다. 대통령 개헌안 자문안을 만든 국민헌법자문특위는 당초 4년 중임제를 고려했으나 논의 과정에서 4년 1차 연임제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임제는 현직 대통령이 4년 임기를 마친 뒤 언제든 다시 대통령직에 도전할 수 있지만, 연임제에선 오직 4년씩 연이어 두 번의 임기동안만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다. 현직 대통령이 낙선하면 재도전 기회는 없다.
이에 대해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4년 연임을 하겠다는 것은 그래도 4년에 한번 평가를 받겠다는 의미를 가진다”며 “4년만에 평가받고 못하면 대통령이 4년 뒤에 물러나가겠다는 뜻이기 때문에 그나마 5년 단임제보다는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김일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4년 연임은) 대통령제 정부 형태에서 사실상 독재정권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며, 역사적 종료를 의미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16년을 한 것처럼 오래 하느냐, 안 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국민 동의를 얻느냐, 못 얻느냐 하는 민주적 정당성의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4년 연임제가 사실상 4년 중임제와 다를 바 없으며, 장기집권 가능성 등 폐단을 문제삼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존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절충해 운영하던 제도에서 미국처럼 대통령 4년 중임제로 가겠다고 하면서 여전히 의원내각제 요소 중 대통령이 의회 지배력을 가지는 부분은 남겨뒀다”며 “의원의 장관 겸직과 대통령의 법률안 제출권을 남겨둔다는 건 결국 대통령이 의회에 미치는 요인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대통령 권한 분산 방안으로 내놓은 방안에는 대통령 인사권 축소, 대통령 사면권 제한, 정부 법률안 제출 폐지 등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대통령 권한을 남용 못하게끔 스스로 자제하겠다는 선언”이라며 “어떤 대통령이 들어와도 제왕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부분을 줄이겠다는 것이므로 대환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김 교수는 “진정성은 인정한다”면서도 “대통령 권한 분산에만 치우친 감이 있어 아쉬웠다”고 밝혔다. 그는 “(권한 분산은) ‘대통령’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라며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등 골고루 권한 분산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데, 그간 10여년 간 학자들이 제기해 온 문제들을 많이 반영하긴 했지만 미흡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대통령 권한 분산에 대한 부분 자체도 많이 미흡했다”며 “국가운영에 있어 대통령 주도권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통령 권한 분산을 위한 보완대책으로 정부 내에서 대통령과 장관 간의 권력분립을 이루는 데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황 교수는 “현재 대통령과 장관의 관계가 보좌기관으로 돼 있지만 대통령의 권한과 장관의 권한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장관이 대통령을 보좌하니까 장관이 대통령 말만 들을 수밖에 없다보니 장관이 국민한테 책임은 안지고 대통령에게 책임지는 방법으로 돼 있다”며 “처음부터 제왕적 대통령을 만드는 가장 위험한 조항이 바로 이런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학자들은 대통령 권한 분산 방식으로, 일부 야당이 주장하는 국회의 국무총리 추천권을 제안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의견을 달리했다. 이 교수는 “(국회의 총리 선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현재 국민과 의회 뜻이 어긋나 있는 게 문제지만, 지금은 탄핵된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 아래 구성된 국회이기에 국민 의사와 합치되지 않았다. 개헌을 지금 하고, 국회 총리 추천 내용은 이후 새롭게 만들어지는 의회 때부터 반영되도록 시기를 공표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황 교수는 “결국 양쪽에 쌍두마차를 두면 권력속성상 싸울 수밖에 없다”며 “그런 면에서 야당이 주장하는 국회의 총리 선출은 대통령 권한을 나누자는 건데, 그것은 국민들에게 좋은 방향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대통령 선거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두고는 대체로 찬성하는 의견이 많았다. 결선투표제는 선거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득표 순으로 상위 2명의 후보가 결선 투표를 벌여 당선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이 30%대 득표율로 대통령이 된 경우도 있다. 이는 60% 이상이 반대해도 대통령이 된 것”이라며 “과반 이상 득표자가 민주적 정당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교수도 “결선투표는 도입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며 “다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과반이 아니어도 40%선이면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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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최서윤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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