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박인규
DGB금융지주(139130)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채용비리 의혹 등의 책임을 지고 퇴진하면서 차기 수장 선임에 이목이 집중된다.
당초 대구은행은 지난 30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를 열고 행장 선출 방안을 토의할 방침이었지만, 박 회장이 회장직까지 내려놓으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에 처하게 됐다.
금융권에서는 DGB금융을 둘러싸고 CEO리스크가 불거졌던 만큼, 직무 대행체제를 추진하는 한편 외부공모방식까지 도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DGB금융 차기 수장 선임에 눈길이 쏠린다. (하단 사진 왼쪽부터) 유력 후보로 꼽히는 김경록 지주 부사장 및 박명흠 대구은행 부행장. 사진/DGB금융
1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과 대구은행은 오는 2일 임시 통합이사회를 열고 박인규 회장의 해임안과 경영권 승계 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달 23일 박 회장이 대구은행장을 내려놓은 데 이어 6일 만에 회장직도 사퇴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박 회장은 행장 선임 이후 상반기 중 거취를 정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지주 내·외부에서 거센 반발이 일어나며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통합이사회는 경영 공백을 막기 위해 박 회장의 해임을 결론 짓은 다음 곧바로 직무대행을 선임해 비상경영체제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수장 선임 전까지 박 회장이 직무를 유지하는 방안도 있지만, 후계 구도에 관여할 수 있다는 우려와 채용 비리 및 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사정 당국의 칼날이 박 회장을 향하고 있는 만큼 즉각 물러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DGB금융 정관에 따르면 최고경영자가 금융 감독기구로부터 중징계 이상의 제재를 받거나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그 직무를 더 이상 수행할 수 없게 되면 이사회는 비상경영계획 승계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비상경영계획을 위해 이사회는 ▲경영승계 사유 ▲개시일자 ▲결정시기 등을 결정하며 경영승계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최고경영자 직무대행자를 지정하게 된다.
직무대행자는 상임이사 중 이사회에서 선임하며, 상임이사 유고 시에는 이사회에서 정하는 순서에 따라야 한다. 현재로서는 등기임원인 김경록 DGB금융 부사장과 박명흠 대구은행 부행장이 권한 대행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작년 말 임원들이 대거 퇴임하며, 지주와 은행 내 부사장(사내이사)과 부행장은 각 1명밖에 없어서다.
지배구조 개선방안도 수술대 위에 오를 전망이다. DGB금융의 경우 국내 은행 지주 중 유일하게 지주회장-행장 겸임 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이번 이사회에서는 회장과 행장 분리선임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직 쇄신을 위해 외부공모방식이 추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통상 비상경영계획 승계절차가 필요한 경우 임추위는 기존 보유하고 있는 후보군에 대해 소극적 자격요건 재검증을 통해 대상 후보군을 확정하게 된다.
하지만 지난해 임원인사에서 박 회장을 제외한 등기 임원이 모두 해임되며 친정체제가 구축됐다는 점에서 순혈주의를 고집하기보다 외부 인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차기 수장 후보로 거론되는 김 부사장의 경우 박 회장과 대구상고, 영남대 동문이며, 박 부행장은 영남대 출신이다.
아울러
BNK금융지주(138930) 또한 지난해 성세환 전 회장 겸 부산은행장 구속 이후 사상 처음으로 개방형 공모방식을 도입하며 외부 인사를 회장으로 선출한 바 있다. 제왕적 지배구조를 없애고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다.
한편 금융노조에서는 조만간 개방형 공모방식과 차기 수장에 대한 자격 요건 등에 대해 직원 설문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김정원 대구은행 노조 위원장은 "(차기 수장으로) 누가 올지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직원들이 바라는 CEO상이나 내·외부 인사 등 공모에 대한 전반적인 의사를 물어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후임 선임 절차가 시작되면 40일 이내에 종료해야 하기 때문에 그 전에 직원들의 의사를 종합해 임추위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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