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지주, 남은 숙제는?
하이투자증권 매각 승인 지연에 차질…순환출자 고리 해소도 과제
2018-04-02 17:37:47 2018-04-02 17:42:46
[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현대중공업지주가 공식 출범했다. 초대 대표이사는 권오갑 부회장이 맡았다. 그러나 출범 첫날부터 지주회사 전환 요건 중 하나인 하이투자증권 매각 예정일을 변경한다는 소식을 전하며 순탄치 않은 앞길을 예고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30일 계열사 현대미포조선의 하이투자증권 매각이 금융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공시했다. 현대미포조선은 지난해 11월9일 하이투자증권 지분 전량(85.32%)을 DGB금융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매각금액은 4500억원 규모다. 당초 계획했던 매매계약 완료일은 지난달 30일까지다. 그러나 금융위원회가 이 계약에 대한 승인을 미루면서 계획했던 일정은 당분간 미뤄지게 됐다.
 
현대중공업 지배구조. 제작/뉴스토마토
 
현대중공업지주는 현대중공업에서 인적분할해 신설한 현대로보틱스가 사명을 바꾼 회사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며, 현대로보틱스와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 등의 회사로 인적분할했다. 현대중공업지주 아래에 현대중공업과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 등이 놓이는 구조다. 현대중공업지주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행위제한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내 금융회사인 하이트투자증권을 매각해야 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6년 자구계획에서 하이투자증권 매각을 처음 발표했다. 매물로 나온 지 1년여 만에 DGB금융의 손으로 넘어갔지만, 인수 주체인 DGB금융의 박인규 회장 비위가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박 회장은 채용 비리와 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 회장은 지난달 29일 회장직에서 사퇴했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대주주의 위법사실 등 주주 자격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하이투자증권 매각 승인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BNK금융의 인수설마저 나오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을 매각해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던 현대중공업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조선업계는 올해 일감절벽의 마지막 고비를 맞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342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증권업계는 올 1분기에도 831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현금 확보를 위해 유상증자를 비롯해 자산 매각 등 절차를 밟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매각과 더불어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 해소도 숙제다. 업계에서는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현대중공업 지분 4.8%를 매각하는 방안을 두고 현대중공업지주가 매입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지주회사 요건 충족 기한은 내년 3월 말까지다.
 
정기선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도 장기적 과제다. 정 부사장은 현대중공업지주 최대 주주인 정몽준 이사장의 장남이다. 최근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5.1%를 확보하며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 과정에서 정 이사장에게 증여받은 3040억원이 투입됐다. 증여세 규모만 1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재계에서는 정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하이투자증권 매각 계약은 유효한 만큼 추후 진행 상황이 확정되면 재공시할 것"이라며 "금융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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