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이건희 회장 사면 대가 67억 수수
다스 소유하면서 비자금 등 이익…이팔성 전 회장에게도 뇌물
2018-04-09 18:18:04 2018-04-09 19:38:33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국고등손실·조세포탈) 등 혐의로 9일 구속기소된 가운데 10년이 넘도록 논란이 제기된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실소유주가 검찰 조사에서 확인됐다. 지난 2007년 대선 과정에서 당선이 유력했던 이 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뇌물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삼성그룹은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회장의 특별사면을 대가로 이 전 대통령에게 총 67억원 상당의 뇌물을 전달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다스의 설립·운영을 주도하고, 실질적으로 다스를 소유·지배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누렸다. 또 다스의 지배권을 유지하면서 아들 시형씨에게 승계를 시도한 사실도 확인됐다. 그동안 이 전 대통령은 "다스의 주주나 임원이 아니므로 다스와 아무 관련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대선 당시 다스 실소유주에 대한 의혹 제기에 이 전 대통령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강하게 부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이 전 대통령은 다스 창업 비용과 설립 자본금을 직접 부담했고, 1988년과 1995년 유상증자도 자신이 보고받고 결정해 증자대금을 냈다. 또 1995년 증자 대금의 자금원인 형 이상은 다스 회장, 처남 고 김재정씨 명의 도곡동 땅 매각 대금은 자신이 재산 관리인 김씨,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등을 통해 관리하면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카 이동형 다스 부사장과 시형씨를 다스에 입사시키는 등 임직원 인사를 주도했고, 2011년 6월에는 시형씨의 급여 인상 건에 대해 보고받고 결정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1990년대 초반부터 이익잉여금이 누적된 다스가 2010년까지 사실상 배당을 전혀 진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스 경영진을 통해 조성한 비자금 착복, 법인카드 사용 등으로 회사의 이익을 누렸다. 김씨의 사망 후 상속세 물납으로 2011년 이후 기획재정부가 다스의 외부주주로 편입되면서 어쩔 수 없이 진행한 배당도 차명주주는 해당하지 않거나 차등배당이 이뤄졌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인 강경호 다스 대표이사는 시형씨가 다스 지배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래픽/최원식 디자이너
 
다스 자금 349억 횡령·법인세 31억 포탈
 
자신이 현대건설 사장 재직 당시 부장이던 김성우 전 사장을 통해 1987년 다스를 설립한 이 전 대통령은 "실제 영업이익보다 재무제표상의 영업이익을 축소하는 분식회계를 하라. 비자금 조성 후 돈 전달 문제는 김재정과 상의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1990년대 초반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다스의 영업이익을 재무제표에 그대로 반영해 이익잉여금을 배당하면 현대차(005380)로부터 납품원가 인하 조처를 당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김성우 전 사장은 허위 세금계산서, 원재료 철판 계정 허위 비용 투입 등 이용한 분식회계로 1994년 1월부터 2006년 3월경까지 총 339억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매년 초 김 전 사장으로부터 비자금 조성 명세를 보고받던 이 전 대통령은 2006년 3월 현대차의 비자금 조성 등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내가 큰 꿈이 있으니 올해부터는 위험한 일을 하지 말라"며 비자금 조성 중단을 직접 지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비자금 조성과 별도로 이 전 대통령은 1991년부터 2000년까지 자신의 국회의원 선거캠프 직원 7명의 급여 총 4억3000만원 상당을 다스 자금으로 지급하고, 1995년부터 2007년까지 김 전 사장으로부터 다스 법인카드를 받아 여행 경비, 부인 김윤옥 여사의 병원비 등으로 5억7000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도 1999년 개인 승용차인 에쿠스 구매 비용 5395만원을 다스 자금으로 지급하는 등 이 전 대통령은 총 349억원 상당을 횡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스는 2008년 1월 특별검사 수사로 경리직원 조씨가 법인자금 120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밝혀져 그해 2월과 3월 횡령금을 회수했다. 이 전 대통령은 횡령금 회수이익을 정상적으로 회계처리하면 횡령 사실이 외부에 공개되는 등 사실이 드러날 위험에 처하자 이동형 부사장 등과 공모해 그해 10월 횡령금 회수이익을 영업외 수익으로 계상하지 않고 다스 미국법인(CRH-DAS)으로부터 해외 미수채권을 회수한 것처럼 허위로 회계처리하는 방법으로 법인세 31억원 상당을 포탈한 혐의도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가 2000년 BBK투자자문에 190억원을 투자했다가 2001년까지 50억원만 반환받고 나머지 140억원을 회수하지 못하자 2003년 5월 다스가 미국에서 당시 BBK투자자문 대표 김경준씨를 상대로 투자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도록 했다. 이후 2008년 2월 자신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에는 측근 김백준씨를 청와대 총무비서관으로, 김재수 변호사를 LA 총영사로 임명해 다스의 미국 소송 진행 상황과 소송 전략을 검토·보고하게 하는 등 직권남용 혐의도 적용됐다.
 
또 다스의 차명 대주주이자 자신의 재산 관리인 김재정씨가 2009년 1월 뇌경색으로 쓰러지자 이 전 대통령은 김씨 명의 차명재산에 대한 상속세를 내지 않기 위해 그해 2월 김 전 비서관에게 재단법인 설립을 통한 상속세 절감 방안을 검토·보고하도록 했다. 대선 기간에 발표한 전 재산 사회 환원을 미루던 이 전 대통령은 김씨가 갑자기 쓰러지자 재단법인이 상속재산 처리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2009년 3월부터 청계재단 설립을 급히 추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스 소송 비용 포함 111억 뇌물 수수
 
이 전 대통령은 2007년 8월 다스의 미국 소송이 1심에서 패소한 이후 해당 소송을 현지 로펌 에이킨 검프(Akin Gump) 소속 김석한 변호사가 수임하면서 2008년 11월 항소심에서 파기 환송되자 2009년 3월 에이킨 검프를 소송 전반을 관장하는 선임변호인으로 지정했다. 이와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은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에게 에이킨 검프가 대행하는 자신의 법률지원 등에 필요한 비용 지급 명목으로 자금 지원을 요구했고, 이건희 회장은 이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은 삼성전자가 에이킨 검프에 지급하는 비용인 것처럼 허위 처리하는 방법으로 2007년 11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총 585만달러(약 67억74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스는 에이킨 검프에 수임료를 전혀 지급하지 않았는데도 소송 수행으로 김씨로부터 결국 140억원을 반환받았고, 이건희 회장은 2009년 12월 특별사면됐다. 검찰은 삼성 측이 소송 비용을 지급하면서 이 회장의 사면을 기대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3월부터 5월까지 김 전 기획관 등과 청와대 특수활동비 확보 필요성을 논의한 후 김성호 당시 국정원장에게 2차례에 걸쳐 자금 2억원을 요구해 총 4억원을 직접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2010년 8월 김 전 비서관으로부터 특수활동비가 부족하다는 보고를 받고,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에게도 자금 지원을 요구해 2억원을 수수했다. 이후 이 전 대통령은 2011년 10월 김희중 전 부속실장을 통해 원 전 원장에게 10만달러를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대형 금융기관장 또는 국회의원 공천 청탁 명목으로 2007년 1월부터 8월까지 김윤옥 여사를 통해 3억5000만원, 2007년 8월부터 12월까지 사위 이상주 삼성전자 법무실 전무를 통해 8억원, 2007년 12월과 2008년 4월 형 이상득 전 한나라당 의원을 통해 각각 5억원과 3억원 등 총 19억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전 회장은 2008년 1월 삼청동 안가에 양복 디자이너와 함께 찾아가 이 전 대통령과 사위 2명의 양복을 맞춰주고 대금 1230만원을 대납하기도 했다.
 
또 김소남 전 한나라당 의원으로부터 비례대표 공천 청탁 명목으로 2007년과 2008년 총 4억원을 수수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3월 당의 반대에도 김 전 의원을 비례대표 7번으로 공천받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 대통령은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으로부터 대운하 사업 참여 등 청탁 명목으로 2007년 9월부터 11월까지 총 5억원을 받았다. 실제 최 회장이 운영하는 대보건설은 2009년부터 2010년까지 대운하 사업에서 이름을 바꾼 4대강 정비 사업에 참여해 총 200억원대 공사 4건을 수주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2007년 12월 손병문 에이비씨상사 회장에게 2억원을, 지광스님에게 3억원을 각각 받은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 전 대통령은 이팔성 전 회장으로부터 받은 현금을 김윤옥 여사, 이상주 전무, 이상득 전 의원 등을 통해 일단 개인 재산으로 취득해 자신의 차명재산과 혼합해 관리하면서 일부는 불법 대선자금으로 사용하는 등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으며, 나머지는 자녀 생활비, 보험료, 차명 부동산 관리비·세금 등 개인 용처에 소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외에도 이 전 대통령은 대통령기록물 3402부를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지 않고, 제1부속실 등에 그대로 보관하다가 2013년 2월 영포빌딩으로 무단 유출해 약 5년간 은닉·보관하는 등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이 전 대통령이 재임 중 '현안자료', '주요 국정 정보', '현안 참고 자료'에는 청와대, 국정원, 경찰청 등이 정부 정책에 비우호적인 인사를 사찰한 내용이 기재돼 있었고, 김 전 기획관으로부터 보고받은 'VIP 보고사항', 'PPP 기획(案)'에는 삼성의 다스 소송 비용 대납 정황이 기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동훈 서울중앙지방검찰청 3차장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110억원 대 뇌물 및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기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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