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삼성SDI의 삼성물산 지분 매각으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시작됐다. 예정된 시한보다 4개월가량 빠른 결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결단이었다. 남은 출자 고리 해소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삼성SDI는 11일 보유 중이던 삼성물산 주식 전량(404만2758주)을 전날 장 마감 후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 완료했다고 밝혔다. 주당 거래가격은 13만8500원으로, 10일 종가(14만4000원) 대비 3.8% 할인된 금액이다. 총 거래규모는 5599억원이다.
해당 주식은 기관투자자들에게 전량 매각됐다. 이 부회장 등 총수 일가와 삼성 계열사들은 주식 매입에 나서지 않았다. 앞서 시장에서는 이 부회장의 매입 가능성 등을 점쳤지만 삼성은 정공법을 택했다. 불필요한 오해를 막고 그룹 쇄신의 의지를 보였다는 평가다. 이 부회장은 지난 재판 과정에서도 "회사의 리더가 되려면 사업에 대한 경영능력으로 인정받아야지, 지분 몇 퍼센트를 갖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삼성물산 지분을 팔더라도 이 부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의 지배력에 큰 문제가 없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이 부회장이 17.08%의 지분으로 최대주주이며 이건희 회장 등 총수 일가와 재단이 15.89%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남은 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삼성전기와 삼성화재의 물산 지분 매각도 이번과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란 의견이 높다.
남은 과제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처리다. 삼성전자가 약속대로 연내 자사주 소각을 완료하면 두 회사의 지분이 금산법이 정한 10%를 넘게 된다. 여기에 자산 평가 기준을 취득가에서 시가로 바꾸는 보험업법 개정까지 이뤄지면 최소 20조원 이상의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전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삼성 지배구조의 핵심 문제는 삼성생명이 고객의 돈을 이용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점도 삼성의 부담을 높인다.
시장에서는 삼성물산이 해당 주식을 매입할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고 있다. 문제는 재원 조달 방식이다. 삼성물산이 보유 중인 계열사 주식을 삼성전자에 넘기고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언급된다. 삼성물산이 전일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매입하지 않겠다고 밝힌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다만 어느 계열사의 주식을 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하이투자증권은 43.4%의 지분을 갖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지목했다. 삼성전자도 바이오로직스의 지분 31.6%를 보유 중이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삼성SDS에 좀 더 무게를 뒀다. 삼성전자가 바이오 사업에 투자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과 삼성SDS의 시너지가 모호하고 삼성전자가 삼성SDS의 1대 주주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현실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삼성전자의 삼성SDS 보유 지분은 22.6%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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