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님, 물가 좀 내려주세요"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이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에 등장한 문구다. 만화 위인전 시리즈로 유명한 모 출판사에서는 지난해 대선 직후 스페셜 에디션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전기를 펴냈다. 기자 엄마 덕분에 세상일에 관심이 많았던 아들은 서점에 비치된 그 책을 발견하자마자 읽어봐야 겠다며 냉큼 집어 들었다.
그렇게 몇 번을 탐독하다 책장 한편으로 밀려났던 그 책을 최근 다시 꺼내 들었다. 학교 숙제로 책 속 주인공에게 편지 쓰기가 있었는데, 그 책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나 보다.
아들은 대통령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통령이 되니 기분이 어떤지 등을 묻던 끝에 "물가 좀 내려달라"는 요청으로 편지를 매듭지었다. 그 내용이 귀여우면서도 웃퍼서 왜 그런 말을 했느냐 물었다. "물가가 너무 올라 편의점에서 사 먹을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학교와 학원을 오갈 때 간단한 간식이라도 사 먹으라고 쥐어준 용돈으로는 생수 한 병 사 마시면 끝이라면서, 용돈 좀 올려달라는 애교 섞인 부탁도 뒤따랐다. 일주일 용돈을 5000원에서 7000원으로 전격 인상해 줬지만 친구들과 닭강정, 떡볶이, 라면, 김밥 등을 사 먹으려면 일주일 용돈을 하루에 다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비싼 물가를 체감하게 된 건 아들뿐이 아니었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요즘 주유소를 가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면서 기름값 인상 상한선을 통제하고는 있지만 자신있게 '가득 넣어주세요'라고 외치기 어려워졌다. 혹여나 며칠 사이 기름값이 조금이라도 내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몇 만 원 단위로 쪼개서 주유를 하고 있는 탓이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가던 주유소를 길게는 열흘, 짧게는 일주일에 한 번 꼴로 가고 있는데 매번 채워지는 연료 게이지 눈금은 낮아지고만 있다.
최대한 지출을 줄여보려 노력을 해도 상당수가 밥상 물가, 에너지 비용 등 생활 밀착형 소비라 한계가 있다. 실제로 물가상승률은 정부 목표치인 2%대에 머물러 있지만, 채소류 7.1%, 외식비 4.5% 등은 평균치를 웃돈다. 여기에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든 중동 지역 긴장은 휘발유(4.2%), 전기·수도·가스 요금(3.8%)의 인상도 부채질하고 있다.
물론 정부에서도 마냥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물가 안정을 위해 26조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는 등 민생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라면 한 개에 2000원 하는 것이 진짜냐"는 대통령의 저격에 식품업계들은 눈치 보기 식 가격인하에 나서기도 했다.
그럼에도 팍팍해진 살림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정부의 보다 세심한 정책이 절실하다. 정부의 호통과 예산 투입이라는 '응급처치'가 일시적인 진통제는 될 수 있어도, 고물가라는 만성질환을 완전히 치유하기엔 부족하다. "물가 좀 내려달라"는 초등학생의 삐뚤배뚤한 요청은 지금 대한민국 모든 가계가 대통령에게 던지는 가장 절박한 숙제다. 그 숙제에 대한 정부의 답변은 통계치가 아닌, 국민의 가벼워진 어깨로 증명돼야 한다.
김진양 산업2부 팀장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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