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글로벌 시가총액 500대 기업에 포함된 우리나라 기업 수가 10년 전과 같았다. 같은 기간 미국과 중국의 기업들이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과 대조를 이룬다.
11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3월15일 기준) 글로벌 500대 기업의 전체 시가총액은 40조9030억달러로, 2008년 26조627억달러에서 56.9% 증가했다. 금액 기준으로 상위 5개국은 미국, 중국(홍콩·마카오 포함), 일본, 영국, 프랑스로 10년 전과 동일했다. 다만, 이들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3.8%에서 75.2%로 11.4%포인트 늘었다. 상위국 쏠림 현상이 심화된 것이다.
500대 기업에 포함된 한국 기업의 시총은 2008년 1481억달러에서 올해 4473억달러로 3배가량 증가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시총은 2008년 775억달러에서 3198억달러로 4배 이상 늘며 선전했다. 삼성전자는 10년 연속 글로벌 시총 500대 기업에 포함됐다.
다만 500대 기업에 포함된 한국 기업의 수는 제자리였다. 올해 500대에 포함된 한국 기업은 신규 진입한 셀트리온을 비롯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4개다. 글로벌 시총 500대 기업에 포함된 한국 기업 수는 2008년 4개에서 2011년과 2012년 8개까지 늘었으나, 2013년 5개, 2017년 3개로 다시 하락했다. 포스코, 신한금융, 한국전력, LG화학,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삼성생명 등이 순위에 올랐다 사라졌다.
같은 기간 미국과 중국의 포함 기업 수는 각각 41개, 20개 증가했다. 미국의 500대 기업 시총은 2008년 8조7439억달러에서 올해 19조6709억달러로, 중국 기업 시총은 2조8999억달러에서 5조5731억달러로 확대됐다. 기업 수는 미국이 145개에서 186개로, 중국은 43개에서 63개로 증가했다. 2008년과 비교해 올해 새로 순위에 이름을 올린 175곳 중 미국 기업은 71개, 중국 기업은 32개로 집계됐다. 이 중 텐센트(중국, 5위), 페이스북(미국, 6위), 알리바바(중국, 8위)는 글로벌 시총 상위 10개 기업에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산업별로는 2008년과 2018년 모두 비중 1위를 기록한 금융을 제외하고는 변화가 컸다. 시가총액 상위 2~4위 산업은 2008년 에너지, 소재, 산업재에서 2018년 IT, 경기소비재(자동차 및 부품, 내구소비재, 의류 등), 헬스케어 순으로 변화했다. 이중 IT 산업은 시총이 4배 이상 급증하며 금융과의 격차를 크게 줄였다.
올해 시총 상위 산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시총 상위 10대 기업 내 가장 많은 산업도 2008년 에너지(4개)에서 올해는 IT(6개)로 변화했다. 급변하는 시대 흐름에 적응하고 미래 먹거리를 찾는데 성공한 기업들이 세계 상위권으로 올라섰다는 분석이다.
국내 기업들에서도 이 같은 추세가 확인됐다. 한국 기업이 속한 산업은 2008년 IT(삼성전자), 소재(포스코), 금융(신한금융), 한국전력(유틸리티)에서 IT(삼성전자, SK하이닉스), 헬스케어(셀트리온), 현대자동차(경기소비재)로 변했다.
송원근 한경연 부원장은 "한국 기업의 글로벌 시가총액이 전체 평균 이상으로 증가했고 순위권 내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이 존재하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포함기업 수가 정체된 만큼 한국 기업이 글로벌 상위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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