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법정구속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검찰이 날선 공방을 벌였다.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강승준)는 18일 제3자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신 회장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날 공판은 병합된 신 회장·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서미경씨·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소진세 롯데그룹 사회공헌위원장(사장)·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사장·채정병 전 롯데카드 사장에 대한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 사건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 심리도 함께 진행됐다.
검찰은 "사실오인과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지난 2015년 3월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의 단독 면담 당시 명시적 청탁이 있었다는 점을 다툰다"며 "양형부당 관련해도 이번 사건은 그룹 현안 해결을 위해 대통령에게 70억원의 뇌물을 공여한 전형적인 정경유착이다. 피고인이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어 원심형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입장"이라고 항소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신 회장 변호인은 "단독 면담 당시 대통령이 개인 돈을 달라고 한 게 아니라 신 회장에게 올림픽 펜싱·배드민턴 선수들 훈련시설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상식적으로 누가 봐도 태릉선수촌 운동시설을 지은 게 뇌물은 아니지 않나"라며 "원심에서도 명시적 청탁은 인정되지 않았다. 대가를 받은 것도 없고 오히려 불이익을 받았는데 이게 뇌물이라고 하는 게 상식적으로 누가 납득할 수 있겠나"라고 주장했다.
다른 신 회장 변호인도 "원심은 명시적 청탁을 인정하지 않고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이때 롯데 반응을 보면 70억원 중 35억원으로 깎아달라고 하는 등 강요죄의 피해자일 수는 있어도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할 수 없다"며 "면담 이후 상황이 롯데에 절대 유리하게 된 게 아니다. 다른 기업도 지금 검사처럼 제3자 뇌물제공죄로 기소됐을 때 무죄가 될 수 있겠느냐. 항소심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 회장은 면세점사업 재승인 등 경영 현안 해결을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도움을 받는 대가로 최순실씨와 관련된 K스포츠재단에 추가로 출연금 70억원을 낸 혐의(제3자 뇌물공여)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이 사건 이전에 신 회장은 신 전 부회장·신 총괄회장 등과 공모해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에 근무하지 않았던 신 전 부회장 등에게 급여 명목으로 약 508억원을 공짜로 지급한 혐의(횡령), 신 총괄회장 등과 공모해 2003년부터 2013년까지 롯데시네마 내 매점 52개를 서미경씨와 서씨 딸 신유미씨 등 총수 일가가 운영하는 회사에 불법 임대해 롯데쇼핑에 약 774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애초 두 사건이 분리 심리될 예정이었으나 신 회장 측의 병합 요청으로 사건이 합쳐져 항소심에서는 함께 심리된다. 재판부는 다음 달 2일 오후 2시30분 세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 예정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월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K재단에 70억 지원과 관련해 법정구속 됐다. 신 회장이 호송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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