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임효정 기자] 송도분쟁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진다. 땅을 팔지 말라고 했다는 관청과 무시하고 판 매도자, 모르고 샀다는 매수자가 얽혀 책임공방 중이다. 그 속에 누군가는 무리수를 뒀다.
포스코건설이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경고를 무시한 채 매각한 송도 부지가 분쟁을 낳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송도 국제업무단지(IBD) B2블록을 공매 처분하기 전 관청은 수차례 공문을 통해 매각이 불가함을 알렸다. 해당 B2블록은 시설매각부지로 실시계획 승인된 토지라서 제3자에 매각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공매는 강행됐고 넥스플랜에 소유권이 이전됐다. 이후 넥스플랜이 구성한 컨소시엄 스마트송도PFV는 B2블록 개발차 관청에 경관심의를 신청했으나 지난달 심의에서 반려됐다. 스마트송도PFV 측은 관청에 인허가를 내달라며 항의 중이다. 허가를 내주지 않는 관청을 두고 일각에선 무능, 갑질이란 질타도 이어진다. 허가가 지연되는데 따른 대출이자 등 부담은 시행사에 채무보증을 선 현대건설(시공사)에게도 미칠 양상이다.
포스코건설 인천 송도 사옥. 사진/뉴시스
관청은 B2블록 공매 당시 넥스플랜 측에도 “그 부지는 제3자에게 매각될 수 없고 건축허가가 나갈 수 없는 부지이므로 ‘계약’을 체결하지 말 것”을 고지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넥스플랜 측은 정확한 고지를 듣지 못했다며 반론을 펼쳤다.
하지만 법조계는 애초에 부지 매각불가, 인허가 제약 등을 경고받은 포스코건설이 이 문제를 매수자 측에 전달하지 않았다면 계약 자체가 문제라고 본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18일 “부지 인허가 문제가 있으면 하자로 평가된다”며 “매도자가 매수인 측에 고지해야 할 의무 범위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지하지 않으면 계약해지 건이 발생할 수 있다”며 “생선을 팔면서 머리가 썩은 것을 숨기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자체 변호사를 두고 있는 대형 건설회사가 이같은 규정을 몰랐다고 보기는 어렵다. 진의를 떠나 포스코건설이 무리하게 팔았고 인허가를 내주지 않는 관청에 화살을 돌리는 모양새다.
포스코건설은 B2블록을 팔아 시세차익을 남겼다. 인천시가 2002년 3월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 포스코-게일인터내셔널 합작)에 제공한 전체 송도 부지 평균 판매가는 평당 135만원이었다. 이를 B2블록에 대입하면 인수가는 약 134억3900만원이다. 지난해 넥스플랜이 낙찰받은 금액은 2297억원, 단순계산해 2162억원 정도 차익이 남는다. 그렇다고 포스코건설에 남는 장사는 아니다. 해당 부지는 포스코건설이 NSIC 대출금 약 3600억원을 대위변제해주고 처분권을 확보한 곳이다. 매각대금으로 변제분을 메꿔도 모자란다. 게일 측과 분쟁으로 여러모로 손해를 보고 있다.
비슷한 사례가 전에도 있었다. 포스코건설은 2008년 국제 부동산 법인 테라와 합작해 PSIB를 설립했다가 후에 3566억원 빚을 대신 갚아줬다. 또 이를 메꾸기 위해 2016년 송도 사옥을 부영에 매각한다. 당시 금융리스인 마스터리스(책임임차) 조건으로 매각해 부채비율이 악화되는 원인이 됐다. 결국 매각은 또다른 논란을 낳았다. 헐값에 매각했다는 특혜 의혹이 번져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이날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갑작스럽게 사임한 데는 검찰 수사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영·임효정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