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국내 제약업계 1~2위인 유한양행과 GC녹십자의 1분기 실적이 희비가 엇갈렸다. 유한양행은 수출 타격으로 실적이 감소했고, 녹십자는 내수와 수출 등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올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3398억원, 영업이익 253억원의 잠정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2%, 28.7%씩 감소한 수치다. 반면 녹십자는 매출액 2941억원, 영업이익 145억원으로 6.8%, 5.7%의 증가율을 보였다.
유한양행의 실적 감소는 해외사업의 상대적 부진에 기인했다. 약품사업 부문이 처방약 중심으로 성장세를 보이며 전년 대비 8.8%의 매출 신장을 보였지만 해외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의약품 원료 부문과 자회사인 유한화학 등의 매출 감소가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유한양행의 1분기 수출과 유한화학의 매출은 지난해 1분기 대비 46.1%, 42.7%씩 감소했다.
특히 의약품 원료 수출 부문은 영업이익률이 높기 때문에 유한양행으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수출 사업의 타격으로 영업이익이 3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녹십자의 경우 전 사업 부문이 고른 호조를 보이며 매출 및 영업이익 증가의 원동력이 됐다. 주력인 혈액제제와 백신사업 매출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6%, 11.2%씩 증가했고, 전문의약품과 소비자 헬스케어 부문은 3%, 9.1%의 성장을 거뒀다. 해외 매출 규모 역시 14% 늘어났다.
1분기 희비는 다소 엇갈렸지만 올해 전체 전망을 놓고 보면, 양사 모두 나쁠 게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유한양행의 1분기 실적의 발목을 잡은 수출 실적의 경우 직전·후 분기 수출량 등에 따라 특정 분기 물량에 변동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연간 실적에 큰 악재가 되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작년 1분기 수출량의 경우 직전 분기인 2016년 4분기 수출량이 적어 상대적으로 늘어났다. 때문에 올 1분기 수출 실적이 수치적으로 떨어지는 감이 있다"며 "지난해 전체 실적을 보면 4분기 수출분이 많이 반영됐었던 만큼, 이번 1분기 만으로 올해 수출실적을 논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녹십자 역시 전 사업부문의 균형있는 성장세를 계속해서 이어가는 한편, 지속성장을 위한 미래투자에 무게를 싣는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녹십자는 그간의 실적 신장을 기반으로 1분기 연구개발 비용 지출을 전년 동기 대비 17.9% 확대한 바 있다.
증권업계 역시 양사 올해 연간실적을 긍정적으로 보고있다. 균형감 있는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녹십자는 물론, 도입상품 편중이 고질적 약점으로 지적돼 온 유한양행도 주요 파이프라인의 성과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업계가 전망하는 유한양행과 녹십자의 매출액은 각각 1조5846억원, 1조3775억원 수준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8.4%, 6.9%씩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 역시 약 10%씩 성장할 것으로 보고있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5년 오스코텍으로부터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한 비소세포성폐암치료제 'YH25448'의 오는 6월 임상 1상 결과 발표와 연내 2상 마무리를 계획 중이다. 앱클론과 공동개발 중인 신규 면역항암제의 후보물질(YHC2101) 도출과 미국 내 R&D 합작법인 이뮨온시아의 면역항암제(IMC-001) 임상 승인 등도 기대감을 키우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점차 뚜렷해지고 있는 의약품 시장 성장률 둔화를 극복하기 위해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부문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는 움직임 역시 중장기 실적 성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한양행은 최근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뉴오리진'을 출범시키는 한편 지난해 뷰티 및 헬스분야 전문회사인 '유한필리아'를 설립하면서 신성장 동력 마련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녹십자는 지난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은 당뇨병 치료용 바이오의약품 란투스의 바이오시밀러 품목허가를 시작으로 올 3분기 혈액제제 'IVIG-SN'의 미국 시판 허가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호재 가시화가 하반기로 전망되지만 지난 1월 주사형 독감치료제 '페라미플루'의 매출이 전년 대비 4배 가량 증가하는 등 기존 의약품들이 선전하고 있는 만큼 안정적 성장이 전망되고 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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