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재도전, 패러다임 전환 필요"
"범정부 차원 강력한 재도전 지원법 제정돼야"
2018-04-30 15:31:29 2018-04-30 15:31:36
[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창업재도전을 하나의 이슈로 접근하지 말고 벤처창업생태계에서 바라볼 수 있는 패러다임 대전환이 필요하다. 차입에 의존하는 창업 관행도 근본적으로 바뀌어야한다. 창업과 관련된 파편화된 이슈들을 국가전략 차원에서 인식해 일괄적으로 해결하는 '빅뱅'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산업연구원 조영삼 박사)
 
30일 KDB산업은행 스타트업IR 센터에서는 '실패를 허하라!(창업안전망)'를 주제로 '제2차 혁신벤처생태계 정기포럼'이 열렸다. 이날 포럼에서는 범부처 협력으로 창업에 대한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며, 사업실패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창업재도전 지원의 사회적 선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산업연구원의 조영삼 박사는 패널 토론에서 "여전히 한국은 창업이 활성화되지 않은 국가로 양적으로 창업 관련 정책이 늘어났을지 모르지만 질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창업을 패러다임 이슈로 접근해야하지만 여전히 캠페인 성격이 짙다"면서 "많은 정책을 시행하지만 처음과 끝은 돈, 예산으로 귀결되는 공급 일변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창업활성화를 위해서는 경제 주체들이 기업가적 소양을 충분히 갖출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조 박사는 벤처기업협회의 역할론도 주문했다. 그는 "벤처 혁신은 단계적, 순차적으로 일어날 수 없다. 근본적으로 변화되는 빅뱅식 해법이 필요한 공간"이라며 "기존 대기업집단이 담당했던 혁신 공간들은 이제 정당성과 수명이 다했고, 그 빈 공간을 벤처혁신기업들이 채워야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한정화 한양대 교수(전 중소기업청장)도 "국가전략 차원에서 창업, 재도전 등의 문제를 인식하고 기업가형 사회를 만들기 위한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져야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며 조 박사의 주장에 공감했다. 한 교수는 "여러 차례 실패해도 창업에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용기를 북돋울 수 있는 문화가 되도록 '사회적 선언'이 필요하다"며 "범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는 재도전 지원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창업재도전 환경은 녹록치 않다. 실패한 기업인의 재기준비 비율은 10명 중 2명(부도기업인재기협회, 2013)에 불과하며 사업정리에서 재도전까지 평균 소요 기간은 55.2개월(중소기업학회 조사, 2014)에 이른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은 이와 관련 "스웨덴은 젊은이 과반 이상이 창업에 도전해 국가 혁신을 이룬다. 국가가 나서 혁신안전망을 보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짐 로저스는 한국 10대 청소년들의 꿈이 공무원이라는 현실은 매우 슬픈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짐 로저스는 버핏, 조지 소로스와 세계 3대 투자가로 꼽힌다.
 
이날 포럼에서는 척박한 창업환경과 관련된 생생한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글로벌 창업 지원기업인 '스파크랩스'의 김유진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힘은 수많은 실패에서 비롯된다. 3번, 4번은 기본이고 7번 실패하고 다시 창업한 경우도 많고 M&A 경험한 스타트업도 많다"면서 "한국 스타트업은 거의 대부분이 초기다. 아무리 삼성이라는 대기업에서 10년을 일하고 나와도 창업 쪽에서는 경험이 전무한 루키"라고 진단했다. 김 대표는 "실패를 환영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중요하다. 사업하면서 실패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며 "더 많은 실패를 할 수 있도록, 실패에서 배운 게 존중될 수 있는 구조가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창업 활성화를 위한 세부적인 대책들로 대기업집단 중심의 상법에서 회사법을 분리, 창업자 연대보증 민간 금융기관으로 확대, 중소기업 노란우산공제와 유사한 스타트업 공제제도 도입 등이 논의됐다.
 
30일 오전 KDB산업은행 스타트업IR센터 '실패를 허하라!(창업안전망)'를 주제로 2차 혁신벤처 생태계 정기포럼이 열렸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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