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은별 기자] "상생안 나와봐야 소용이 없어요"
세븐일레븐을 운영 중인 가맹점주 A씨는 따뜻해져가는 날씨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최악의 폭염으로 연일 에어컨을 틀며 140만원의 전기고지료를 받았던 기억 때문이다. A씨가 처음 아파트 중심가에 편의점을 개장할 때만 해도 본사의 지원과 더불어 괜찮은 수익을 낼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었다.
그러나 애초에 예측했던 것과 달리 운영비용은 커다란 부담이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최저임금까지 올랐다. A씨는 "여름에는 하루 4시간씩 30일분의 임금을 더 내는 꼴"이라며 "최저임금이 오른 뒤로 아르바이트생에게 가끔 주던 보너스도 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울음을 토했다.
최저임금 상승분을 감당하느라 지친 점주들에게 여름의 전기료는 짐을 더 무겁게 지운다. 점포 별로 차이는 존재하지만 여름에는 한달기준 평상시보다 약 1.6배의 전기료가 더 나온다. 특히 LED 등으로 교체 중인 신규 점포보다 기존 점포의 경우 전기료 부담이 심화된다.
점주들의 고충에 정부는 계속해서 업계에 상생을 주문하고 있다. 지난 3월에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9개 가맹본부 대표와 '상생협력 확산을 위한 가맹업계 간담회'를 열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편의점 업종 전기료 지원'도 상생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GS25는 지난해 7월 파격적인 상생방안을 발표했다. 심야까지 영업하는 점포에 한해 올해부터 전기료를 100%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심야까지 영업하는 점포는 전체의 80% 정도로 사실상 대부분 가맹점주들이 지원을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기료 지원에 해당하는 금액은 연간 350억원이다. GS25 관계자는 "경영주들에게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안을 고려하다보니 전기료를 100%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과 CU도 50% 정도 전기료 지원을 하고 있다. CU관계자는 "운영비를 지원하는 타입이 있으며 CU는 포스유지 지원 등 타 업체와 다른 지원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편의점 업계가 상생방안을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상생 지원에 가장 적극적인 GS25의 경우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199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7.3% 감소했다. 업계는 상생비용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부담을 적지 않게 느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에 대한 고민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MD 마케팅 등의 역량 강화로 수익활로를 계속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편의점 점주들은 내년에 또 최저임금이 오를 경우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며 우려했다. 서울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한 점주는 "인건비에서 나가는 부분이 해마다 늘어나면 비용지출과 상생지원분의 차이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점주들은 날씨가 따뜻해지며 늘어날 전기료를 걱정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상생협력 확산을 위한 가맹본부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뉴시스
김은별 기자 silversta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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