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업계가 발만 구르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국가차원의 능동적 대처가 필요하다는 업계 목소리에 적극 동의하는 분위기다. 나고야의정서 국내 시행과 관련해 주무부처를 중심으로 직·간접 대응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자원도입국으로서의 대처 한계와 촉박한 시간은 여전히 부담이다.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국내 생물물종 등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과 자연환경이 유사한 국내 특성을 살려 해외 도입 생물자원과 유사한 생물물종을 찾고 보호하기 위해서다. 확보된 국내 생물자원은 당장 국내 기업의 해외 자원 도입에 직접적 도움을 주진 못하지만, 향후 해외에 국산 자원의 권리를 내세우는 기반이 될 수 있다.
환경부는 오는 2020년까지 6만종의 생물종 목록을 구축한다는 목표 하에 지난해까지 4만7000종 이상을 등재한 상태다. 1996년 문헌조사 연구를 통해 2만8000여종을 발표한 이후 20년 만에 약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현재 한반도에는 약 10만종의 생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전자원법 시행 초기 발생되는 업계 혼란과 애로사항 등은 취합해 오는 11월 이집트에서 열리는 생물다양성협약 총회 등에 전달할 계획이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 3월 나고야의정서에 대한 글로벌 동향 모니터링과 국내 기업의 내용 준수를 지원하기 위해 '유전자원정보관리센터'를 개소하는 한편, 지난 4월 바이오업계와 나고야의정서 공동 대응 협의체를 구성했다.
식품의약안전처는 나고야의정서 발효에 대응하기 위한 거점 조성에 돌입한 상태다. 오는 2020년까지 제주도 서귀포시에 4만6000㎡ 규모의 '제주국가생약자원관리센터'를 조성해 관련 생물자원의 과학적 품질관리체계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관련 부처 및 산학연과는 '생약자원협의체'를 구성·운영해 생물자원 보존 및 발굴, 조사 등의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방안을 협의 중이다.
나름의 체계화 작업에 돌입한 상태지만 변수는 여전하다. 최선의 대안으로 꼽히는 원료 국산화를 위한 DB 구축이 이제야 속도를 내기 시작해 당분간 업계 홍역은 피하기 힘든 상황이다. 11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의 결과에 따라 발생할 변수들도 가늠하기 어렵다.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는 "국내 생물자원 DB 구축의 경우 국산 자원 발굴을 통해 생물산업계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긴 호흡의 작업"이라며 "이미 관련 세부 조항 법조화가 완료된 국가들의 경우 정부차원에서 대응방안 마련에 돌입했지만 국내 기준으로 가장 관건이 되는 중국의 경우 관련 조례들이 완전히 제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명확한 관련 대응은 그 이후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 생물자원 확보국을 다각화하는 한편 생물자원 보유 국가와 공동으로 연구개발에 나서 지적재산권을 선점하는 데도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중국 생물자원 의존도가 높은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폭넓은 생물다양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가간 원활한 교역도 한 몫했다"며 "하지만 지난해 사드보복성 조치에 국내 기업들이 타격을 입었던 것처럼 향후 지정될 생물자원 권리보호 관련 조례에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우려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정부 역시 편중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다른 인접국과의 자원외교에 무게를 싣겠다는 방침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중국으로의 로열티 지불 비중을 낮추고 베트남과 라오스, 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가와의 자원외교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주홍 국립생물자원관 유용자원분석과장이 지난 3월 정부세종청사에서 자생 무당개구리 배아를 이용해 호흡기 질환에 효과적인 물질 탐지법을 개발했다는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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