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자원을 활용해 생기는 이익을 공유한다는 지침을 담은 국제협약 '나고야 의정서'가 오는 8월17일 국내에서 시행된다. 지난 2010년 10월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탄생한 나고야의정서는 기술을 보유한 선진국과 생물자원을 보유한 개발도상국 사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가간 이익 균형을 맞추는 시도라는 점은 긍정적이나, 현실적으론 이견차를 좁히기가 쉽지 않은 만큼 제도시행 초반 홍역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생물자원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국내 제약업계의 고민 또한 깊어지는 중이다. 나고야의정서 본격 시행을 앞두고 국내 제약업계 및 정부의 준비 현황을 살펴보고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짚어본다. (편집자)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나고야 의정서'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생물자원과 관련한 이익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공평하게 나눈다는 취지지만, 국가마다 법적 기준이 달라 분쟁소지가 있는 만큼 세심한 대응책 마련이 요구된다. 특히 생물자원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제약업계에선 우선 이익공유에 대한 국가별 세부 기준이 어떤 식으로 마련될지 주시하는 분위기다.
총 36개 조항과 1개 부속서로 이뤄진 나고야의정서는 생물 유전자원을 이용하는 국가가 해당 자원을 제공하는 국가에 사전 통보와 승인을 받아야 함은 물론, 이를 이용해 발생한 이익을 상호 합의된 계약조건에 따라 공유해야 한다는 내용의 국제협약이다.
지난 1992년 UN환경개발회의에서 채택된 '생물다양성협약(CBD)'이 나고야의정서의 밑바탕이 됐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종과 이들이 서식하는 생태계 및 보유 유전자까지 아우르는 생물다양성협약은 ▲생물의 다양성 보존 ▲생물자원의 지속 가능한 이용 추구 ▲생물자원을 이용해 얻어지는 이익의 공정 분배 등이 주 목적이다.
CBD를 통해 확립된 '이익의 공유' 개념, 즉 'ABS(Access and Benefit Sharing)'에 대한 구체적 실천방안이 나고야의정서인 셈이다. 생물자원뿐만 아니라 관련 전통지식과 이를 이용해 발생하는 이익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개도국과 선진국 간 격차를 해소할 기틀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특히 그동안 두루뭉술한 원칙에 그쳤던 CBD의 세부 내용을 의무화해 법적 구속력을 부여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채택 4년 뒤인 지난 2014년 본격 발효된 나고야의정서는 현재 유럽연합(EU)과 중국을 비롯해 일본,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100개 이상의 국가가 당사국으로 참여 중이다.
하지만 나고야의정서 역시 맹점이 존재한다. 해당 당사국(자원 보유국)의 관련법과 행정적 조치를 따른다는 점이 갈등의 소지로 남아 있다. 각 자원에 대한 법령이 원산국마다 상이한 만큼 해외 기업이 이를 일일이 맞추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EU만 해도 ABS 의무의 구체적 접근에 대해선 각 회원국에 법 제정권을 위임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땅한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정부 차원에서 자국 기업 지원에 함부로 나섰다간 자칫 외교적 분쟁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해당 기업이 자원보유국과 사전에 합의해 이익공유 수준을 상호합의조건(MAT)으로 맺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에 가깝다. 미국과 호주, 캐나다 등 일부 주요 국가들은 당사국에 발을 들이지도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공식 발효(2014년) 이후 초창기에는 자원보유국이 이익공유 의무를 요구하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최근에는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적극적인 자체 기준 마련과 요구사항을 구체화하려는 움직임들이 눈에 띄고 있는 만큼 관련 분쟁의 증가 역시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나고야 의정서' 국내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자원을 보유한 개대국과 활용기술을 갖춘 선진국의 이익 균형이 기대되지만, 여전히 좁혀지지 않는 이견은 홍역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2014년 국내에서 개최된 나고야의정서 당사국회의(COP-MOP1) 개회식 전경.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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