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박근혜 정권 시절 발생한 ‘검찰총장 혼외자 사건’은 국가정보원이 검찰의 ‘댓글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기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근혜 정권 국정원은 또 서초구청을 통해 혼외자 정보를 불법으로 확인한 사실에 대해 허위증언함으로써 엉뚱한 사람이 재판을 받게하는 등 사법작용을 방해한 사실도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15일 '전 검찰총장 혼외자 의혹 관련 불법 정보조회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국정원은 2013년 6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18대 대선을 앞두고 ‘댓글 조작’ 등을 통해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위기에 놓이자 이를 방해하기 위해 ‘채 전 총장 혼외자 첩보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첩보는 당시 국내파트장이었던 서천호 2차장을 거쳐 남재준 국정원장에게 보고됐고, 남 원장은 다시 2차장을 통해 국내정보 수집부서장 A씨에게 검증을 지시했다.
A부서장의 지시로 첩보 검증에 나선 정보관 B씨는 2013년 6~11월쯤 강남교육지원청 등을 통해 혼외자의 학교생활기록부를 몰래 빼내고, 전 서초구청 공무원 과장 C씨와 팀장 D씨를 통해 가족관계 등록부를 확인했다. 이런 사실은 청와대까지 보고됐다. 검찰 관계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관할 경찰서에 요청해 혼외에 대한 사진촬영을 시도하려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권 국정원은 불법 사찰 사실이 드러나 관련자들이 기소된 뒤에도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법정에서 위증까지 불사했다.
검찰에 따르면, B씨는 C씨와 D씨를 포섭하는 한편, ‘혼외자 뒷조사’ 혐의로 기소된 조이제 전 서초구청 국장의 1, 2심에 증인으로 출석해 “‘혼외자 관련 첩보는 국정원과는 관계없이, 서초동 식당 화장실에서 우연히 들은 것이고 가족관계등록부 유출행위에도 개입하지 않았다”고 거짓 진술했다.
C씨와 D씨 역시 B씨의 요청에 따라 조 전 국장 재판에 증인으로 축석해 자신들은 채 전 총장의 혼외자 가족관계등록부나 그 내용을 외부로 알려준 적이 없다고 허위로 진술했다. 조 전 국장과 D씨를 통해 혼외자의 가족 정보를 알게 된 청와대 행정관 E씨 역시 조 전 국장 공판에서 거짓말을 했다.
검찰은 이날 남 전 원장과 서 전 차장, A전 국장 등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하고, B씨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및 위증혐의로 함께 기소했다. 또 개인정보를 넘긴 전 구청 공무원 C씨와 D씨를 개인정보보호법 및 가족관계등록법위반, 위증 등 혐의로, 청와대 행정관 E씨를 위증 혐의로 남 전 원장 등과 같이 기소했다.
또 실제로 ‘혼외자’의 가족관계등록부 내용을 알려준 사람이 C씨로 확인되면서 대법원 재판에 계류된 조 전 국장에 대한 사건의 상고를 취하할 예정이다.
검찰은 그러나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혼외자 사진촬영 시도에 혐의에 대해서는 정부조직법이나 대통령비서실 직제 상 민정수석실의 정보수집행위는 청와대 특감반의 직무권한 내 정당한 감찰활동인 점, 사진촬영 자체가 무산돼 범죄가 성립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불입건했다.
이른바 '혼외자' 의혹으로 사의를 표명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지난 2013년 9월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 참석해 퇴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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