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희망 찍는 노숙인"
서울시 '희망아카데미' 입학식…노숙인에게 '꿈' 안긴다
2018-06-24 16:25:56 2018-06-24 16:44:39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 “난 노숙시설 안에서도 ‘왕따’였어요.”
 
청년 사업가였던 H씨는 사업 부도로 생활이 피폐해지면서 노숙자 신분으로 전락했지만 무기력한 태도로 노숙인 시설 안에서도 ‘왕따’를 당했다. 그럴수록 사람과 사회에 대한 적개심은 더욱 커졌고, 고립의 골은 더욱 깊어만 갔다.
그러던 중 시설 종사자 추천으로 알게 된 것이 노숙인 사진전문학교인 '희망아카데미'다. 물론 처음에는 적응이 쉽지 않았지만 교육을 받으면서 마음의 빗장이 조금씩 풀렸다.
렌즈를 통해 보이는 세상이 조금씩 아름답게 보일 때쯤, H씨는 어느새 다른 사람이 돼 있었다. 자활을 위해 참여한 야학을 거쳐 검정고시에 합격한 그는 본인과 같은 사람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사회복지사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지난해 대학 사회복지학과로 진학했다. 요즘은 교회사진 봉사활동과 취미생활인 셀프사진 촬영으로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전국 최초의 노숙인 사진전문학교인 '희망아카데미'가 2016년에 이어 3회째 문을 연다. 서울시는 사진작가 조세현씨와 함께 오는 25일 ‘희망아카데미’ 개학식을 열고 노숙인들을 상대로 5개월간의 교육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희망아카데미'는 '12년부터 진행해오고 있는 초?중급 과정인 '희망프레임'을 보다 발전시킨 심화과정이다. 노숙인들이 사진을 통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희망아카데미의 최종 목표다. 올해 교육 대상은 초·중급 과정인 '희망프레임'을 졸업했거나 일정 수준을 갖춘 노숙인 35명이다.
 
이번 '희망아카데미'는 사회멘토단을 보다 확대해 교육생에게 소통하는 기회를 주어 사회복귀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준비했다. 사진기술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인문학 등 종합적 소양을 갖춰 자활을 할 수 있도록 내실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마음치유학교장 혜민스님과 환경재단 최열 대표, 피아니스트 노영심, 시인 김용택, 소설가 은희경씨 등 10여 명이 멘토단으로 참여해 순수 재능기부를 한다.
 
수업은 6~11월까지 주 1회 2시간 30분씩 총 20회 진행된다. ▲사진 실습(패션모델 촬영, 야간 촬영 등) ▲출사(전통시장, 관광지 등) ▲멘토 수업, 포토샵 기본교육?실습(사진 보정, 합성 등) 등이 교육 과목이다. 11월에는 수업 참가자들의 작품을 모아 전시회를 개최하고 작품집도 출간할 예정이다.
 
수업 외에 노정균 신경정신과 전문의가 함께하는 정신 상담과 서북병원 최영아 내과 전문의가 함께하는 건강진료 실시된다. 노숙생활에서 위급상황시 꼭 필요한 응급처치 교육과 다양한 인문학 교육 등도 병행한다. 
 
서울시는 "사진교육과 창작활동을 통해 소외계층 노숙인과 쪽방주민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소통능력과 자존감을 향상하는 동시에, 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 나아가고자 '희망아카데미'를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조세현 사진작가와 함께 열고 있는 전국 최초 노숙인 사진전문학교 '희망아카데미'에 참여한 한 노숙인이 지난해 6월 사진촬영에 열중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