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자유한국당이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이후 제대로 된 쇄신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내홍만 거듭하고 있다. 외부 비상대책위원장을 영입하기 위해 준비위원회를 꾸렸지만, 당 내부에선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등 반발만 커지는 양상이다.
심재철·이주영(5선) 의원과 유기준·정우택·홍문종(4선) 의원 등 중진의원들은 25일 성명을 내고 “김성태 원내대표는 마치 자신은 책임이 없다는 듯한 행동을 하고 있어 또다시 민심을 배반하고 있다”며 “김 원내대표는 지금이라도 원내대표 직에서 즉시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준비위 출범에도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이들은 “(준비위는) 물러나야 할 사람이 벌인 무책임하고 월권적인 행동에 불과하다”며 “준비위는 즉각 해체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당은 전날 혁신 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를 구성했다. 김 대행은 준비위원장에 안상수 의원을 임명하며 비박(비박근혜) 의원을 배제하고 초선 의원 모임 간사(김성원 의원), 재선 의원 모임 간사(박덕흠 의원)를 포함하는 등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인선에 심혈을 기울였다. 김 대행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표 권한대행으로서 사심 없이 혁신비대위를 안정적으로 출범시킬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며 “준비위에서 대수술을 집도할 수 있는 명의를 혁신비대위원장으로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내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이날 중진의원 성명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나경원 의원(4선)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까지 제시된 해법과 일련의 과정은, 당내 민주주의 실종으로 당이 나락으로 빠졌다는 것을 망각한 채 또 다시 그 길을 가겠다는 것에 불과하다”며 김 대행의 수습책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초·재선 의원들의 반발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김진태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김 권한대행이 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모면하려고 있지도 않은 친박(친박근혜)을 만들어 당을 분열시키고 있다”며 “이런 분에게 배의 키를 맡길 수 없다. 김 대행은 하루빨리 물러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김 대행이 준비위를 통해 가까스로 비대위원장을 선임하더라도 당내에서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현재 당내 초재선 의원수는 74명으로, 전체 의원(112명)의 절반이 넘는다는 점에서 향후 이들의 목소리 크기에 따라 내홍이 수습될 수도,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