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유통업체들이 환경을 생각하는 이른바 '에코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비닐 등 재활용품의 수거가 중단되는 쓰레기 대란이 불거진 이후 본격화된 유통가의 친환경 캠페인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편의점 등 유통채널은 물론 식품·외식업계까지 비닐 사용을 중단하고, 일회용품을 줄이는가 하면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포장재 개발까지 다양한 형태의 친환경 경영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GS25는 편의점 업계 최초로 종이 쇼핑백을 도입한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기존 비닐봉투의 사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오는 12일부터 전국 GS25 점포에 종이 쇼핑백 도입 관련 공문을 발송하고 종이 쇼핑백 사용 권장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에 도입되는 종이 쇼핑백은 재활용이 쉬운 종이로 제작됐다. 종이쇼핑팩은 2종으로 크기에 따라 각각 150원, 100원에 판매한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최근 재활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자사 매장에서 판매하는 아이스컵에 로고를 모두 없애겠다고 밝혔다. 국내 대형 편의점 가운데 표면에 아무 것도 인쇄되지 않은 투명 아이스컵 도입은 세븐일레븐이 처음이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5대 편의점 아이스컵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8월 두 달간 약 1억3000만개가 팔려나간다. 그러나 재활용 업체에서는 이 컵들을 재활용하지 않고 대부분 종량제 봉투에 넣어 소각하거나 매립 처리한다. 재활용을 하려면 컵 표면에 인쇄된 브랜드나 기업 로고 등을 지워야 하는데, 그러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에서 이번 로고 삭제 조치를 단행하게 됐다.
주요 대형마트들은 일찌감치 재활용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힘써왔다. 이미 2010년 환경부와 비닐봉지 판매 금지 협약을 맺고 그해 10월부터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을 중단했다. 대신 쓰레기 종량제 봉투와 종이봉투를 판매하고 있다. 협약 이전인 2009년 대비 이듬해 대형마트가 감축한 비닐봉투는 1억5000만 장으로 추산된다. 금액으로는 75억원에 달한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3월부터 전 점포에서 장바구니를 대여해 종이봉투의 사용도 줄이고 있다.
외식업계는 매장 내 일회용품을 줄이는데 주력 중이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 대신 머그컵 사용을 권장하고 일부 매장은 빨대 사용까지 지양하는 쪽으로 유도하고 있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지난 2일 환경부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파리바게뜨는 올 연말까지 비닐쇼핑백 사용량을 90% 이상, 뚜레쥬르는 내년 1월까지 80%까지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또 파리바게뜨는 연말까지 연간 26톤에 달하는 플라스틱 빨대 사용량을 30% 줄일 예정이며 향후 종이 빨대와 빨대가 필요없는 컵 뚜껑 등을 개발, 보급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가 이번 협약을 통해 감축 가능한 비닐 쇼핑백이 연간 2억3000만장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온실가스 1만925톤 감축하는 것과 같은 수치다.
엔제리너스커피는 지난달 환경의 날을 맞아 '플라스틱 없는 하루'를 주제로 기념행사를 진행했다. 행사를 통해 일회용컵 대신 다회용컵 사용을 권장하고 머그 및 텀블러 등 다회용컵을 가지고 행사장 방문 고객에게 아메리카노 1000잔을 제공했다. 다회용컵을 준비하지 못한 고객에게도 서울 시티머그 500개와 친환경 비료로 만든 한라봉 에이드를 블루밍 보틀에 담아 무료로 제공, 호응을 얻었다.
맥도날드도 전국 매장에서 머그잔을 사용 중이다. 특히 개인 컵을 갖고 방문하는 고객에게 마일리지와 할인혜택을 부여하는 등 친환경 캠페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식품업계는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포장재 개발에 적극적이다. CJ제일제당은 '밀'로 만들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친환경 소재 포장지를 개발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감축했고, 롯데칠성음료는 생수 브랜드 '아이시스 8.0' 2ℓ 제품 포장에 국내 최초로 물에 녹는 수용 접착제를 사용했다.
이마트의 제주소주는 친환경 페트병을 사용한 '푸른밤 페트 3종'을 내놨다. 이 페트병은 비접착식 라벨링으로 페트에서 랩핑한 부분을 쉽게 제거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친환경 콘텐츠 생산이나 캠페인이 환경단체나 NGO들 중심이었지만 소비재 위주인 유통기업들에게도 새로운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며 "최근 유통가의 행보는 기업의 친환경적인 가치 실현은 물론 마케팅 차원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엔제리너스커피 직원들이 커피비료 활용과 다회용컵 사용 권장을 홍보하고 있다. 사진/엔제리너스커피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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