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해방 이후 고급주거지로 인기를 끌던 홍대앞이 클럽데이를 거쳐 지금은 다양한 젊은이들의 문화발전소로 바뀌고 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서울시립대학교와 공동으로 홍대 앞 서울생활문화자료조사를 진행해 5일 ‘홍대 앞 서울의 문화발전소’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홍대 앞이 지금은 젊음의 상징과도 같은 뜻으로 통하지만, 해방 직후 홍대 앞은 당인리 화력발전소로 무연탄을 운반하는 당인선 철길을 따라 일제강점기 형성된 지역이었다. 해방 이후 시행된 서교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주거지가 조성되면서 당시 중산층 이상이 거주하는 고급주거지로 인기를 끌었다.
1955년 홍익대학교의 이전으로 이 일대는 대학가를 이뤘고 미술대학의 성장으로 1970년대부터 미술문화라는 장소성이 만들어졌다. 이후 미대생들의 작업실 문화가 확장된 독창적이고 다양한 문화적 실험들이 탄생해 1993년 건전한 대학문화 거리 조성을 위한 ‘거리미술전’이 시행되며 거리에는 예술적 분위기가 넘쳐났다.
1990년 이후 댄스클럽과 라이브클럽이 홍대앞에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클럽들은 획일화된 대중문화가 아닌, 새롭고 대안적인 놀이문화를 찾던 이들의 문화해방구이자 놀이터역할을 했다. 대표적인 ‘드럭’은 록음악 전용 감상실로 ‘크라잉넛’ 등 언더그라운드 밴드들의 공연장소였고, 1992년 개점한 ‘스카(SKA)’는 록카페형 댄스클럽의 시초로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2002년 한일월드컵을 기점으로 클럽문화는 외국인들을 위한 관광상품으로 선정돼 2001년부터 개최된 클럽데이 행사가 유래없는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홍대앞에 자리잡은 현대식 인테리어로 구비된 카페와 대규모 클럽, 독창적인 숍 등은 상업적 자본과 결합해 소비 일변도의 상업문화를 만들어냈으며, 지하철 6호선 및 2010년 경의중앙선, 공항철도의 개통으로 몰려드는 외국인 관광객 등 유동인구의 수가 늘어나면서 홍대앞은 점차 상업화의 길로 들어섰다.
상업화 과정 초기인 1기 1990년대에는 상업·문화적 발전이 함께하며 고급카페 및 음식점, 세련된 프랜차이즈 점포 등이 홍대의 장소성을 형성했다. 동시에 독립문화, 대안공간, 인디 레이블 등이 더불어 성장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2기에 해당하는 2000~2010년에는 걷고싶은거리와 클럽데이 등으로 대중적으로 유명해진 시기다. 이 시기부터 홍대 앞 장소의 성격이 인디문화에서 상업 공간으로 변화되기 시작했고, 상업과 문화 공간의 갈등이 전개됐다.
3기인 2011년 이후에는 공항철도가 개통된 2010년 이후 유동인구가 급증했고, 그 결과 음식점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동시에 외국인 관광객이 유입되며, 급격한 상업화와 자본화를 마주한다. 그나마 남아있던 홍대앞 예술문화와 인디문화가 가파르게 위축된 시기이며 젠트리피케이션과 투어리스피케이션 등 과잉관광화(overtourism)가 확산된 시기다.
해방 이후 서교지구의 옛날 가옥 모습. 사진/서울역사박물관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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