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머신 본뜬 포커게임 사행성 인정…등급분류 취소 적법"
대법 "사행심 유발 우려 커"…게임사 승소 판결 원심 파기 환송
2018-07-14 09:00:00 2018-07-14 21:14:42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슬롯머신을 본떠 제작해 족보 당첨에 따라 점수를 배당하는 방식의 포커 게임은 사행성 유기기구에 해당하므로 게임물 등급분류 결정을 취소한 것은 정당하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게임 개발업체 Y사가 게임물관리위원회를 상대로 낸 행정처분취소청구 소송에 관한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게임물은 게임산업법이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사행성 게임물에는 해당하지 않을 수 있으나, 사행행위규제법에 의해 규제 또는 처벌 대상이 되는 사행성 유기기구에는 해당하므로 이를 이유로 등급분류 결정을 취소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슬롯머신을 본뜬 이 사건 게임물은 이용자의 능력이나 기량이 아닌 우연에 의해 그 결과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사행심을 유발할 우려가 크다"며 "최대배당률, 1회 게임 최소 진행 시간, 시간당 최대 이용금액 등의 점에서 이 사건 게임물을 유사 게임물과 비교할 때 이용자는 단기간에 더 많은 점수를 베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용자는 게임 진행에 대한 흥미나 성취감을 얻기 위해 이 사건 게임물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게임의 결과, 즉 고액 당첨만을 위해 이용했다"며 "이 사건 게임물을 이용해 획득한 게임점수에 대해 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용자가 흥미나 관심을 가질 요인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앞서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지난 2015년 6월 Y사가 "'사행성 게임물에 해당되는 게임물에 대해 등급분류를 신청한 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히어로 포커 3'란 게임물에 대해 게임산업법 제22조 제4항에 따라 등급분류 결정을 취소하는 처분을 내렸다. 이에 Y사는 해당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Y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게임물은 우연적 방법에 의해 결정되는 결과에 따라 재산상 이익 또는 손실을 주는 게임물 내지 사행심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기계·기구로서 사행성 게임물 또는 사행성 유기기구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게임산업법 제22조 제2호 소정의 사행행위법에 의해 규제 또는 처벌 대상이 되는 기기에 해당하거나 사행성 게임물에 해당하는 게임물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2심은 Y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등급분류 취소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게임물의 이용자는 고액 당첨이 예정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신이 어느 시점에 있는지 알 수 없고, 게임물의 구동 과정과 고액 당첨의 발생 방식은 베팅과 당첨을 구성요소로 하는 게임물에 일반적으로 존재하는 속성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베팅성(확률형) 게임은 본래 이용자의 의사나 실력과 상관없이 우연적인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속성을 가지므로 이 사건 게임물이 우연적인 고액 당첨 패턴을 내재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사행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며 "이 사건 게임물의 시간당 이용금액이 3만원으로 피고가 정한 기준을 초과한다는 사정만으로 게임물의 사행성이 충분하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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