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은 'DMZ 혁신벤처클러스터'는 남북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상생'안이라고 강조했다. IT 인력의 해외 유출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기업들은 북한의 고급 인력을 확보할 수 있고, 북한은 벤처기업의 혁신 성장으로 중국처럼 빠른 시간 안에 경제 도약을 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DMZ 혁신벤처클러스터 조성안에 대해 안 회장에게 자세히 들어봤다.
벤처기업협회가 'DMZ 혁신벤처클러스터' 조성안을 조만간 정부에 제안할 계획이라고 들었다.
최근 우리나라는 저성장 트랩, 재정건전성 악화, 산업경쟁력 추락, 고용절벽 등 사회경제 문제로 경제 역동성을 상실하고 있다. 뚜렷한 미래 성장 동력이 없어 4차산업의 후발주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경제적 대안이 절실히 필요하다. 경기북부지역의 DMZ에 국내외 벤처기업, 기술 인력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글로벌 벤처 클러스터를 조성하면 개방과 협력의 글로벌 벤처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비무장지대 전체 면적(907㎢)은 제주도(1849㎢)의 절반이나 될 정도로 넓다. 민간인 비거주지역이므로 토지 매입 등의 개발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벤처 클러스터 조성을 통해 비용, 규제 등을 이유로 해외로 생산시설을 이전한 국내 대기업·중견기업의 유턴(Reshoring)을 이끌어냄으로써 국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안인가?
충분히 가능하다. DMZ에 3무(3無, 비자·세금·기업규제 면제) 원칙을 적용한다면 전 세계 벤처기업, 기술 인력이 집적하는 글로벌 벤처 클러스터를 조성할 수 있다고 본다. DMZ에 남북한 재원과 국제기구 재원을 활용해 해외 벤처기업 유치를 위한 각종 지원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지금이 시기적으로적도 좋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이 완화되면서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앞으로 관련 부처와 벤처 클러스터 구축 관련 방안을 적극 협의해나갈 계획이다.
혁신벤처클러스터가 조성되면 국내 기업에 어떤 도움이 될까.
기업인 입장에서 보자면, 가까운 곳에 동일 언어·문화를 가진 훌륭한 기술 인력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큰 시너지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한다. 혁신벤처클러스터 조성에 대한 국내 벤처기업인들의 수요도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과거 경공업 중심의 단순 협력에서 벗어나 북한의 고급기술 인력을 남북경제협력의 첨단산업분야로 이끌어냄으로써 국내 기술 인력의 부족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국내 기업 들이 도약할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다. 우리나라 IT기업들은 현재 인도 등에서 인력을 수급하거나 해외 현지에 개발사무소를 두고 현지 인력을 채용하는 등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전문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혁신벤처클러스터거 조성되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우수한 기량을 갖춘 북한 기술인력 수급으로 해소할 수 있다.
남한이 북한의 고급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잠점이 있다면 북한도 어떤 이점이 있어야 할텐데.
북한은 지금까지 지속적인 대남·대미 도발과 핵무기 개발 등으로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DMZ에 전 세계 벤처기업, 기술 인력들이 집적하는 글로벌 생태계를 조성한다면 기존의 전쟁국가 이미지에서 첨단기술을 보유한 개방적 혁신국가로 이미지 개선이 가능하다. 중국이 혁신창업 확산을 통해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였듯이 북한도 벤처생태계를 도입한다면 단기간 내 도약을 기대할 수 있다. 통일비용 절감도 가능해진다.
일각에서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있다. 불투명한 개성공단 재개 문제, 도로·철도·전력 등 SOC 경제협력 문제 등이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나서야 가능한 일 아닌가.
이해한다. 성급하다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벤처기업들에게 새로운 혁신 벤처생태계를 제공하는 것은 국가가 장려할 일이다. 궁극적으로는 혁신벤처클러스터가 첨단산업 분야에서 기술 혁신을 촉진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 국가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은 대기업들이 참여하는 SOC 구축이 아니라 혁신 벤처기업이 참여하는 '첨단 SOC' 구축이 필요한 시기다. 그 과정에서 혁신 벤처기업들에게 새로운 시장을 제공함으로써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만드는 또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 사진=벤처기업협회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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