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13일 남북 고위급회담을 시작으로 남북 정상회담, 유엔총회 등의 외교일정이 예정된 가운데 종전선언을 둘러싼 주변국들의 이해관계도 복잡하다. 종전선언 시기와 참여 여부 등을 놓고 신경전이 이어지는 중이다.
북한은 연일 미국을 상대로 조속한 종전선언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의 대외선전용 매체 ‘메아리’는 12일 “북남, 조미 사이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적대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종전선언부터 채택되어야 한다”며 “종전선언 채택 없이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것은 망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유예) 선언과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등을 통해 핵무기 없는 세계 건설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자신들의 선제적인 조치에 대응하는 주변국의 체제보장 약속이 있어야 하며, 이는 종전선언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북 메아리는 “종전선언 채택은 북남, 조미 사이에 이미 합의된 문제로서 그 누구도 이를 외면할 이유가 없다”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은 섣불리 종전선언에 나설 수 없는 입장이다. 비핵화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속고 있는 게 아니냐’는 회의론이 미국 내에 많은 것이 부담이다. 미 CNN은 10일(현지시간) 고위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북한에 비핵화를 위한 여러 방안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이를 모두 거부했다”고도 보도했다. 미국의 완전하고 검증된 비핵화 방안을 북한은 강도적인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요구대로 종전선언에 나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이 일괄타결 방식의 신속한 북한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비핵화 동력은 유지하되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일정에 맞춰 필요한 시점에 성과를 보여주는데 주력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반도 문제의 책임있는 당사국’을 자처하는 중국은 남북미 3자 중심의 종전선언에 계속 반대하고 있다. 4·27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합의한 ‘연내 종전선언’에 중국이 빠질 가능성이 명시되고, 미 트럼프 행정부도 종전선언 과정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것으로 여겨지자 한때 중국 정부의 초조함이 높아졌다. 다만 지난 달 중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의 극비 방한 후 중국의 종전선언 참여가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의견 정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
제일 초조한 것은 일본이다. 북한은 최근 들어 조선중앙통신·노동신문 등을 통해 일본에 대한 비판을 매일같이 쏟아내고 있다. 일 수뇌부의 납치문제 언급부터 미일 원자력협정 연장, 일 방위백서에서 북을 위협으로 거론한 것 등 내용도 다양하다.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가 남북미중 4자 중심으로 흘러가는 가운데 일본의 영향력을 배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향후 대일 청구권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취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같이 천양지차인 각국의 입장을 조율하기 위해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은 최근 내놓은 정책보고서에서 “미국의 체제안전보장·대북제재 완화와 북한의 비핵화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는 일정표를 상호 협의를 통해 만들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의 체제안전보장자 역할을 수행하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고, 일대일로 사업의 한반도 확장을 통해 남북중 3자 간 협력을 증진토록 해야 한다고 홍 실장은 주장했다. 일본을 두고는 북핵문제를 해결국면으로 이끌어가면서 북일 간 교섭을 통해 납치자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내일로 평화통일대장정 대원들이 지난 10일 서울 신촌에서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앞장서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미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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