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국산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사들이 연이은 악재에 직면했다. 네이처셀의 조건부 허가 반려와 주가조작 의혹에 업계 전반에 걸친 테마감리 이슈까지 겹치며 그동안 높게 평가돼온 잠재력에 회의론이 속속 제기되는 분위기다.
16일 각 사에 따르면 상반기 주요 국산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사들이 줄줄이 적자를 내며 향후 성장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현재 수익성보다는 높은 잠재력으로 주목받는 기업들이지만 최근 연이은 악재에 신뢰도와 기대감마저 떨어진 상태라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메디포스트는 상반기 4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10억원 대비 손실폭이 3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코아스템과 파미셀, 안트로젠 등도 26억원, 10억원, 7억원씩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억5000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네이처셀 역시 상반기에만 19억원 이상의 적자를 봤다.
국산 줄기세포치료제는 지난 2011년 파미셀의 급성심근경색 치료용 '하티셀그램-AMI'를 시작으로 ▲메디포스트 퇴행성관절염치료제 '카티스템(2012년)' ▲안트로젠 크론병치료제 '큐피스템(2012년)' ▲코아스템 루게릭병치료제 '뉴로나타-알주(2014년)' 등이 허가를 받았다. 전세계 허가받은 전체 7종 가운데 4종이 국산 기술로 개발된 품목이다.
이에 따라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사들에 대한 평가가 높아졌고 주가 역시 올해 초까지 고공행진을 지속해왔다. 하지만 올해 첫 허가 줄기세포 치료제로 기대를 모았던 네이처셀의 골관절염 치료제 '조인트스템'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 반려 결정이 내려진 뒤 최근 주가조작 논란까지 일으키며 찬물을 끼얹었다.
2분기 들어 고개를 든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회의론과 연구개발비 자산화를 문제 삼는 테마감리 등도 불안요소로 부상하며 악재로 작용했다. 여기에다 각 사별로 줄줄이 적자행진까지 이어지며 불안감이 더욱 커진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반기보고서 제출 시한인 지난 14일 메디포스트가 1분기 영업손실을 기존 22억원에서 33억원으로 정정하는 등 R&D 비용의 자산화 비중이 높은 기업을 향한 금융감독원발 테마 감리 대비 차원의 보고서 정정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각 사별로 변경 기준을 적용하면 향후 적자폭이 더욱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근의 연이은 악재가 향후 불확실성 제거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테마감리를 의식한 기업들이 저마다 매를 먼저 맞는다는 심정으로 회계기준을 달리하며 실적 정정에 나선 만큼 투명성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지난 15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제약·바이오기업 공시 실태 및 투자자 보호 방안' 역시 이 같은 전망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금감원은 오는 3분기 분기보고서부터 제약·바이오 기업의 공시 의무사항에 임상시험 실패 여부를 비롯한 신약 개발 진척 수준 등 세부적인 사업 위험성을 명시하도록 했다. 회계처리를 비롯한 위험 요소 공개 수준이 대폭 강화되는 만큼, 시장에서 좀더 객관적인 평가를 받을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사를 비롯한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신뢰 하락은 불확실성이 짙은 업계 특성으로 인해 옥석가리기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거품이 빠지고 있다고 평가하는 시선도 있지만, 달리 보면 이번 기회에 악재로 작용할 만한 요소들을 털고간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산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사들이 줄줄이 적자를 내며 향후 성장성에 대한 불확실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잠재력으로 주목받는 기업들이지만 최근 연이은 악재에 기대감마저 하락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메디포스트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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