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법무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중대한 담합 행위에 대한 전속고발제 폐지에 합의하면서 검찰은 해당 사건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 없이도 직접 사건을 수사할 수 있게 됐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유지에 반대해왔던 검찰이 숙원을 풀게 된 셈이다.
검찰과 공정위는 전속고발권을 두고 30년 넘게 갈등을 빚어왔다. 공정위가 유통업체에 대한 검찰의 고발 요청을 거부하자 검찰이 공정위에 '고발요청권'을 달라고 했던 1996년 사건이 갈등의 시작이었다. 당시 공정위 독점국장과 정책국장이 뇌물 혐의로 구속되는 등 사건 수사가 법개정에 영향을 미쳤다.
2007년엔는 공정위가 지하철 7호선 입찰 담합과 관련해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 고발하자 검찰이 공정위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2014년에는 정부가 감사원장·중소기업청장·조달청장에게 고발요청권을 부여해 공정위의 독점 권한을 견제토록 하기도 했다. 같은 해 7월에는 공정거래법에 '검찰총장의 고발요청이 있는 때에는 공정거래위원장은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이후 검찰총장 명의의 고발 요청권 행사가 있었는데 ▲2015년 SK건설의 새만금 방수제 건설공사 담합 사건 ▲한화-고려노벨 산업용 화약 담합 사건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 사건이 꼽힌다. 검찰에 따르면 대개 실무차원의 협조 요청만 있었다.
검찰은 이번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 논의 과정에서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리니언시도 공동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검찰도 공정위와 함께 리니언시 신고를 접수하고, 이 가운데 중대한 담합 사건에 대해선 자체 수사에 착수해 초동 수사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검찰은 민생 강화 개혁작업의 일환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공정거래조사부를 신설하는 등 경제범죄 수사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번 검찰 인사에서 공정거래조사부는 4차장 산하에서 3차장 산하로 이관됐다. 지난 6월 검찰의 공정위 기업집단국 압수수색을 놓고선 전속고발권 폐지를 압박하기 위한 수사가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38년 만에 사실상 전면 폐지 수순을 밟게 된 전속고발권은 1980년에 일본법을 주로 참고해 도입된 제도로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는 경우에만 검찰이 공소제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이다. 고발이 남용돼 기업 활동의 위축을 막자는 취지로 도입된 전속고발권은 공정위가 고발권을 독점하면서도 대기업 고발엔 미온적인 태도로 대기업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공정위는 은행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과 4대강 입찰 담합 등 주요 사건에서 아무런 제재 없이 종결하거나 장기간 시간을 끌기도 했다. 이에대해 공정위는 강제 조사권이 없어 조사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이날 서명식에서 "앞으로 검찰은 중대한 담합행위에 대해서는 신속히 수사에 착수해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의 경쟁 환경을 만들 것"이라며 "기업 활동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경제민주화를 달성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부와 공정위가 주요 담합 사건에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권한에 합의하면서 검찰의 관련사건 수사도 증가할 전망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개편 합의문 서명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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