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총수 일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에 하청업체들이 모처럼 기대감을 드러냈다. 대체로 하청업체들은 공정경쟁을 해치는 시장 교란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며 이번 방안에 대해 반색하는 분위기다. 반면 일부에선 과징금 액수가 적어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내비쳤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21일 협의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 방안'에는 사익편취(총수와 그 자녀 등이 그룹 지배력을 이용해 총수일가가 대주주인 계열사를 부당 지원하는 행위) 규제 강화 방안이 주요 내용으로 포함됐다. 당정은 사익편취 규제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규제 적용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사익편취 규제대상이 되는 회사의 총수일가 지분 기준을 현행 상장 30%, 비상장 20%에서 상장⋅비상장 모두 20%로 일원화했다. 이들 기업이 50% 초과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과징금 최고한도를 2배 상향하는 등 행정제재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병행하기로 결정했다.
중소기업계에선 정부의 사익편취 규제 강화 조치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분위기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는 중소기업의 몫을 계열사와 총수가 가져가는 형태"라며 "우리나라 경제 발전을 저해해 개선이 시급한 사안이다. 규제 대상 범위를 넓히고 과징금도 2배로 높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모 대기업 납품업체 관계자는 "총수 일가 내부거래는 경제를 좀먹는 행위다. 피해는 고스란히 중소기업이 보게 된다"며 "업체들이 시장에서 정당한 경쟁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사익편취에 대한 규제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과징금 최고한도 2배 상향으론 실효성이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는 실질적인 행정 집행이 따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며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하청업체 관계자는 "이번 규제 강화안의 실효성이 있을까 의문"이라며 "대기업이 내는 과징금은 중소기업의 피해액에 비하면 얼마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사익편취에 대한 과징금 최고한도는 관련 매출액의 5%다. 이마저도 산정 과정에서 깎여 실제 부과율은 2.5% 수준이다. 앞의 하청업체 관계자는 "부당행위로 적발된 모 대기업은 5억원을 과징금으로 냈는데, 두배 올린다고 해도 부담이 되지 않는 금액"이라며 "한번이라도 적발되면 공공입찰 퇴출 등 더욱 강력한 규제안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익편취와 관련) 과징금 수준을 강화하자는 내용의 논의가 오가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입법 예고안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공정거래법 전면개정 당정협의에 참석한 홍영표 원내대표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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