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국내 방송미디어시장의 건강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 콘텐츠 ‘제값 받기’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넷플릭스가 한 해 콘텐츠 확보를 위해 투자하는 규모는 80억달러(약 9조원)으로 알려졌다. 국내 방송사업자의 지난해 전체 프로그램 제작비 4조5000억원의 2배 수준이다.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사업자들의 국내시장 진출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콘텐츠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무엇보다 콘텐츠 가치를 재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콘텐츠 가치 정상화를 위한 정책 세미나에서는 국내 유료방송시장에서 방송프로그램공급자(PP)의 프로그램 사용료 문제가 지적됐다. 이상원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발제를 통해 “세계적으로 콘텐츠산업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신사업으로 부각되고 있다”며 “콘텐츠산업의 한 축인 PP산업 활성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프로그램 사용료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인터넷TV(IPTV)가 일반 PP들에게 지급하는 프로그램 사용료가 케이블TV(SO)와 위성방송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어서 이를 유사한 수준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유료방송시장 선순환 구조 확립과 콘텐츠 가치 정상화’를 위한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
KT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 3사는 지난해 일반 PP들에 총 2045억원의 프로그램 사용료를 지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SO들은 2529억원을 지급했다. IPTV 3사의 지난해 수신료 매출이 1조3627억원으로 전체 SO(5951억원)보다 2배 이상임에도 프로그램 사용료는 오히려 적었다. 매출액 대비 프로그램 사용료 비율은 SO와 위성방송이 25% 이상인 반면, IPTV는 13.3%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지난 2008년 정부가 SO들에게 방송수신료 매출액의 25% 이상을 PP에 지급하도록 재허가 조건을 부과한 바 있다”며 “IPTV의 지급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 IPTV에도 이 같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 “콘텐츠사업자에게 핵심 수입원은 프로그램 사용료가 돼야 하는데, 현재 국내 PP들은 광고 수입보다 낮은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지난해 국내 PP들의 수익구조 자료를 보면 광고 44.8%, 프로그램 사용료 29.8%, 협찬 9.2% 등의 순으로 높았다. 미국 케이블시장의 경우 지난해 콘텐츠 제작사들은 전체 수익에서 프로그램 수신료가 60.3%, 광고 37%, 기타 2.7% 비중을 차지했다. 성장률을 고려하면 향후 프로그램 수신료 비중은 더 증가할 전망이다.
한편, 이날 토론자로 나선 강도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뉴미디어정책과장은 “IPTV 재허가 조건으로 PP와의 협상 내용을 검토하고 현장 점검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의원은 “방송통신분야 정책이 현재 3개 정부부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로 흩어져 있다보니 종합적인 검토가 어렵다”며 “플랫폼-PP 균형발전위원회를 구성해 프로그램 사용료뿐 아니라 유료방송산업의 전반적인 상생협력 방안을 고심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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