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담보가 부족하지만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기술신용대출(기술금융)이 출시 4년 만에 잔액 150조원을 돌파했다. 당초 기술금융은 박근혜정부에서 출시된 상품으로 '관치금융상품'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정권 교체 이후에도 기술금융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9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151조5437억원으로 2014년 7월 시행 이후 4년 만에 150조원을 돌파했다.
2014년 7월 1922억원을 기록한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같은 해 12월 8조9247억원을 기록하며 급성장했다. 이후에도 매년 6월 말 및 12월 말을 제외하고는 지속적인 성장세를 지속해왔다.
2015년 6월부터 집계를 시작한 기술신용대출 평가액 역시 17조8000억원에서 102조3285억원으로 100조원을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은행별로는
기업은행(024110)이 기술금융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기업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현재 48조6678억원으로 전체 잔액의 32.1%를 차지하고 있다.
국민·신한·KEB하나·우리 등 국내 4대 은행은 각각 17조~22조원을 기술력이 뛰어난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했다. 국민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22조398억원으로 4대 은행 중 가장 많으며 신한은행이 20조1298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우리은행(000030)과 KEB하나은행의 잔액은 각각 18조407억원, 17조4597억원을 기록했다.
당초 은행권에서는 기술신용대출이 금융당국의 주도로 도입된 '관치금융상품'인 만큼 다른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지속되기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지난 정권에서 정부 주도로 선보인 금융상품들은 현재 명목만 유지하고 있거나 자취를 감춘 상태다. 이명박정부 시절 선보인 녹색성장펀드를 비롯해 박근혜정부 당시 출시된 통일금융, 청년희망펀드 등도 관치금융상품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사실상 사장된 상태다.
그러나 기술신용대출의 경우 초기에 제기됐던 우려와 달리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에도 성장세를 지속하며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은행들도 담보가 부족하지만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하자는 기술금융 취지에 동감해왔고 중소기업들의 자금 수요도 예상보다 많아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술금융이 현재와 같은 성장세를 보다 장기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금융당국의 줄세우기식 평가다. 금융위원회는 은행별 기술금융 평가를 실시해 매년 상·하반기에 발표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실적발표를 의식해 기술력과 상관없는 중소기업에 기술신용대출을 해주는 방식으로 실적을 부풀리기도 한다"며 "금융당국의 발표가 기술금융 양적성장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질적성장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기술신용평가기관(TCB) 또는 은행의 기술력 심사 능력을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중은행 기술신용대출 담당자는 "기술과 연관성이 없는 중소기업도 기술신용평가서를 받아와 대출을 해달라는 경우도 있다"며 "기술신용평가기관을 비롯해 은행들이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평가하는 역량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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