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정확한 환자수조차 집계되지 않는 극희귀질환 '단장증후군'과 관련된 치료제가 지난달 국내 최초로 허가를 받았다. 최초 허가를 획득한 샤이어에 이어 한미약품 역시 토종 치료제를 준비 중에 있어 환자들의 선택 옵션이 한층 넓어질 전망이다.
11일 글로벌 생명공학기업 샤이어코리아는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단장증후군 치료제로 허가받은 '가텍스주(성분명: 테두글루타이드)'와 관련된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치료 현실에 대해 소개하는 한편 가텍스주 임상데이터를 발표했다.
단장증후군은 선천성 또는 생후 수술적 절제로 소장의 절반 이상이 소실돼 흡수 장애와 영양실조를 일으키며, 심각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성인의 소장 길이가 평균 6m인데 반해, 단장증후군 환자는 2m 이하에 불과하다. 국내 환자는 200~300명 정도로 추정되지만, 질병코드조차 없어 정확한 환자 수의 집계는 물론, 진단과 치료도 어려운 편이다.
그동안 국내 단장증후군 치료는 대증요법인 총정맥영양법(TPN, 경구로 음식물을 섭취할 수 없는 환자에게 정맥 주사를 통해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방식)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일주일에 최소 5일, 하루 10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탓에 환자는 물론 보호자들까지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
또 삽입기 및 삽입 부위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혈전증 유발과 혈전 폐색, 감염, 부종, 간부전 등의 후유증 가능성도 존재한다. 다른 방법으론 소장이식수술이 존재하지만 보편화된 간이나 신장 이식술에 비해 성공확률이 낮은 편이라 모든 이식수술 가운데 활성화율이 가장 저조하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하지만 국내 최초로 허가된 단장증후군 치료제 가텍스는 장내 호르몬인 글로카곤 유사 펩타이드-2(GLP-2)의 유사체로, 장내 분비세포의 GLP-2 수용체와 결합해 흡수력을 증가시켜 체액과 영양소의 흡수율을 높인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지난 2012년 허가를 획득한 바 있다.
때문에 가텍스의 국내 출시는 치료 효과를 높이는 것은 물론 환자들의 전반적인 삶의 질 개선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평가다. 환자들 입장에선 생존을 위해 달고 살아야 했던 정맥영양주사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워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텍스는 지난달 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약가 등재를 신청한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희귀질환 치료제 특성상 높은 약가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국내에서 단장증후군이 지난해 6월 극희귀질환으로 지정된 만큼 환자 부담은 한층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상훈 삼성서울병원 소화외과 교수는 "정맥영양주사 개발로 단장증후군 환자들의 생존은 보장됐지만, 줄곧 주사를 달고 살아야하는 탓에 환자들의 발목을 잡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며 "가텍스 허가로 인해 국내 치료 옵션에 새로운 무기가 생긴 셈"이라고 설명했다.
문희석 샤이어 코리아 대표는 "가텍스는 단장증후군 환자들에게 단순한 유지용법이 아닌 장기적인 치료제로서의 새로운 옵션을 부여할 것"이라며 "국내 환자들의 치료옵션 확대와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다수 글로벌 제약사들이 그동안 단장증후군 치료제 개발을 시도해왔지만 전 세계에서 허가받은 치료제를 보유한 곳은 샤이어뿐이다. 국내 제약사 가운데선 한미약품이 바이오 신약 'LAPSGLP-2 Analog'의 임상 1상을 준비 중에 있다.
천호준 샤이어코리아 메디컬 부장이 1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내 첫 허가를 획득한 단장증후군 치료제 가텍스주의 임상데이터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샤이어코리아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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