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TRS거래…효성 말고 10개기업 더 있다
금감원 조사결과 발표…10개 기업 30여건 계열사 거래
2018-09-13 12:00:00 2018-09-13 15:20:48
[뉴스토마토 이종호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효성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된 증권사의 총수익스왑(TRS) 조사결과 10개 기업이 TRS를 통해 계열사 주식을 취득하거나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13일 증권회사의 기업 관련 TRS 거래에 대한 검사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금감원은 기업 이름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10개 기업에서 TRS를 통한 계열사 자금지원이나 계열사 주식취득이 30여견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거래 내역을 확인한 것일 뿐 부당한지 여부는 공정위 판단에 맡겨진다.    
 
이번 조사는 지난 4월 공정위가 효성의 TRS 거래를 이용한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증권사도 관여가 됐다는 지적이 있어 시작됐다. 금감원은 18개 증권사에 대해 5년 동안의 TRS 거래 6조가량을 조사했다. 
검사결과, 12개 증권회사가 44건의 TRS를 매매·중개하는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상 거래상대방 제한 규정을 위반했고 4개 증권회사는 장외파생상품 영업을 인가받지 않았음에도 14건의 TRS를 중개했다. 13개 증권회사는 장외파생상품의 월별 거래내역을 금융위에 보고하지 않았다.
 
강전 금감원 금융투자검사국장은 "10여개 기업에서 TRS를 통해 계열사 자금지원이나 주식을 취득한 경우가 30여건 발견됐다"며 "계열사 부당지원 여부는 우리가 판단할 수 없어 공정위에 결과를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TRS는 총수익매도자(증권사)가 기초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익이나 손실 등 모든 현금흐름을 총수익매수자(기업)에게 이전하고 그 대가로 약정이자를 받는 거래다. 채무보증과 성격이 비슷하다. 사실상 지주사가 계열사의 보증을 서고 증권사는 중간에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증권사는 일반투자자인 기업과 기초자산(주식, 채권 등)의 현금흐름을 정산하는 TRS 거래를 체결해 TRS 거래의 직접 상대방이 될 수 있다. 이를 TRS 매매라고 하며 이 경우 증권사가 직접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증권사가 자금을 중개 하는 방식도 있다. 자금조달 등을 원하는 일반투자자와 SPC(특수목적회사) 사이의 TRS 거래에 대해 증권회사가 금융자문, 자금조달 구조설계, 거래조건 협의 등을 통해 사실상 중개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일종의 주식담보대출 개념이지만 실제로 주식의 소유권이 증권사나 특수목적법인에게 넘어간다는 차이가 있다. TRS의 가장 중요한 개념은 주식에 대한 수익과 손실을 이전 보유자인 매각자가 모두 떠 안는 것이다. TRS 거래시 증권사는 보유 주식에 대한 리스크 없이 약정된 수수료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TRS가 상호출자 제한과 지배구조 등 공정거래 규제를 피하기 위한 '편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또한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하는 경우에도 사용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런 논란에 공정위가 효성을 검찰에 고발한 것이다. 먼저 금감원은 TRS 거래가 계열사 부당지원 사례에 대한 판단을 공정위에 넘겼다. 이후 공정위에서 부당지원 사례라고 결정되면 증권사의 TRS 거래 중 계열사 간 거래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 결과 발견된 자본시장법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제재심의위원회 심의 등 관련 제재절차를 거쳐 해당 증권회사와 임직원을 조치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위반사항이 그 동안 금융자문이라는 명목으로 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 해당 증권회사의 임직원이 법규위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발생된 점을 감안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무거운 중징계가 내려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검사를 통해 향후 증권회사가 TRS 거래를 함에 있어 자본시장법상 필요한 절차를 준수하면서 자유롭게 영업을 영위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나아가 TRS 거래와 관련된 증권업계의 투명하고 공정한 금융거래 관행이 정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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