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7일 방북함에 따라 지지부진했던 비핵화 논의와 연내 종전선언에 속도가 날지 주목된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소식을 전하며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가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가 북한행 비행기를 타고 대화를 지속할 만큼 자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 달 26일(현지시간)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초청 수락 후 북미 간 물밑 대화가 지속됐으며 일정부분 공감대가 형성됐음을 드러낸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일정이 7일 당일치기로정해진 것도 이미 북미 간 의견조율이 상당히 이뤄졌음을 시사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소식에 “예상했던 것보다 일찍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본다”며 “꺼져가던 (한반도 평화정착) 불씨를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뉴욕 방문으로 되살린 자체만으로도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북으로 불씨를 좀 더 되살려서 70년 적대와 불신의 세월을 해소하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달 평양공동선언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비핵화의 구체적인 조건과 대상, 방법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리용호 북 외무상은 지난 달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일방적인 무장 해제는 있을 수 없다”며 미국의 ‘선 조치’를 촉구한 상태다.
이에 대해 나워트 대변인은 “우리의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면서도 “한국·일본 등과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여행(방북)에 대해 긴밀하고 지속적인 조율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북미가 그동안 비핵화 시간표 제시를 비롯한 추가조치와 종전선언 등을 놓고 맞서온 것과 달리 협상의 여지를 남긴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이 경우 실질적인 비핵화를 위해서는 종전선언 외에 미국의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힌 북한의 입장 변화도 예상된다.
스티브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도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동행하는 가운데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도 조만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는 평양공동선언 발표 직후 비건 특별대표와 북한 측 카운터파트의 비핵화 실무협상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자고 제안한 상태다.
비핵화 협상이 진전될 경우 2차 북미 정상회담 논의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3차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계속 시사해왔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차질없이 추진되면서 미 중간선거(11월6일) 이전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비핵화 협상 진전과 종전선언, 이 두 가지를 서로 맞춰보고 거리가 좁혀졌음을 확인해야 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날짜가 나올 것”이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당장은 아니지만 북미 간 대북제재 해제 문제가 논의될 수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연구위원은 “대북제재는 비핵화 진입까지는 일정한 압박수단으로 유용했을지 모르지만 비핵화 진입·실질적 이행에 있어서는 심리적·정치적 장벽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비핵화를 촉진하기 위해 제재의 단계적 해제라는 실용주의적 접근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내 종전선언 필요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는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은 호재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 체결이 주한미군을 비롯한 한미동맹, 유엔사 법적 지위와 관련이 없는 ‘정치적 선언’이라며 드라이브를 거는 중이다. 비핵화 협상 주도권을 놓고 북미 간 기싸움이 예상되는 가운데 세부적인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청와대가 물밑 조율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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