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지난 6~8일 남·북·중·일 연쇄방문이 끝난 가운데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 수용과 미국이 취할 상응조치 논의 등이 성과로 꼽힌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 정부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동북아시아 새로운 질서 구축에까지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결과에 대해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9일 “북한이 요구해온 단계적 접근법·동시행동 원칙을 미국이 수용함으로써 비핵화 방법론을 둘러싼 양국 간 입장차이가 크게 좁혀졌다”고 평가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한국 방문일정을 마치고 중국으로 가기 직전인 8일 기자들을 만나 “(북한 비핵화 협상에 대한) 중대한 진전을 이뤘고, 이를 계속 만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 중 풍계리 사찰 및 검증 시점과 관련 “실행 계획상 문제들을 해결하자마자 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7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북한이 취하게 될 비핵화 조치들과 미국 정부의 참관 문제 등에 대해 협의가 있었으며 미국이 취할 상응조치에 관해서도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언급한 ‘상응조치’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종전선언 문제 등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이 ‘정치적 선언’이라고 주장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최근까지 그 파급효과를 경계하며 북한 내 핵 리스트 제출을 비롯한 반대급부 요구가 이어져왔다. 이런 상황에서 미 외교수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종전선언 문제를 매듭지었을 경우 우리 정부의 어깨는 한결 가벼워진다.
이를 바탕으로 문 대통령이 지난 70여 년 간 이어진 냉전구조를 해체하고 새로운 동북아 다자안보체제를 구상하려는 의중도 읽힌다. 문 대통령은 8일 국무회의에서 “한반도의 새로운 질서는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로 이어질 것”이라며 “그 모든 과정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에 반드시 필요한, 도움이 되는 과정이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김 위원장의 방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공표한 것도 현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는 한편 비핵화 이슈를 북미 간 문제로만 두지 않고 한반도 주변국이 참여하는 매개체로 삼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통일연구원 민태은·신종호·이기태 박사는 ‘미·중·일 한반도정책 및 정상회담 전망’ 보고서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목표는 남북이 주변국들과 함께 평화롭게 번영하는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 일본 입장에서 북한 비핵화와 대북제재, 종전선언은 동북아 패권경쟁의 일환으로 고려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10일 외교부·11일 통일부를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한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 진정성과 4·27 판문점 선언 국회비준 등을 놓고 격론이 예상된다. 국회 국방위원회의 10일 국방부 국감에서는 지난달 19일 남북이 체결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의 의미를 두고 여야가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9일 자신의 트위터에 지난 6~8일 동북아 방문 소회를 올려놓은 모습. 사진/폼페이오 장관 트위터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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