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세준 기자] 현대중공업이 극심한 노사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휴업수당을 절반 이하로 지급하겠다는 회사 측 요청을 승인하지 않으면서 추가 구조조정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2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사내 소식지를 통해 "이번 결정으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하반기까지 일손을 놓을 해양 인력의 고정비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한 발씩 양보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며 "그 첫걸음은 당면한 위기를 인정하고 최소한의 고통 분담에 나서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5월29일 현대중공업 노조가 임단협 투쟁 출정식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현대중공업은 해양 인력 1220명에 대해 올해 11월부터 내년 6월까지 휴업을 실시하면서 평균임금의 40%만 지급하는 '기준미달 휴업수당' 안건을 지난달 10일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 신청했지만, 위원회는 이달 18일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근로기준법은 회사 경영사정으로 휴업하는 경우 노동자에게 평균임금의 70%를 지급토록 규정하고 있는데, 노동위원회가 승인한 경우엔 법적 기준보다 적게 지급할 수 있다.
당초 현대중공업은 지난 8월 '10월부터 휴업수당 0%' 안건을 지방노동위원회에 신청했다가 노조(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반발에 수정안을 냈다. 평균임금 40%는 월평균 260만원 수준이다. 이마저도 좌절되면서 현대중공업은 계획 대비 매월 수십억원의 추가 지출이 불가피해졌다.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누적 영업적자가 6935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현대중공업이 3분기에도 540억원대의 영업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추가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도 높아졌다. 현대중공업은 8월 말부터 9월 중순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추석 연휴 직전 300명이 회사를 떠났다. 2015년 이후 네 번째 희망퇴직이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은 2015년 6월 담화문에서 "인위적인 구조정을 중단한다"고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네 차례 희망퇴직으로 떠난 인력은 4300명에 달한다.
노조 측은 일단 지방노동위원회 결정에 대해 "회사가 심각한 위기가 아님을 증명한 것"이라며 "희망퇴직을 포함한 그 어떤 형태의 강제 구조조정도 계속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동자의 희생만 강요했던 회사 측은 구조조정 중단을 공식 선언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반면 회사 측은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며 "유휴인력 발생으로 고정비 부담이 크므로 노조가 강경 일변도의 투쟁을 접고 여러 현안에 대한 합리적 대안 마련에 나서 줄 것을 바란다"고 말했다. 또 "추가 희망퇴직 등 인력 감축에 대한 계획은 현재 없다"고 말했다.
황세준 기자 hsj121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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