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세준 기자] 27일 포스코 제9대 회장에 취임한 최정우 회장은 신입사원 때부터 '회장님'으로 불렸다.
포스코에 따르면 그는 1983년 75명의 동기와 함께 입사했다. 그는 부서 배치 후 동기회에서 회장을 하겠다고 자처했다. 동기회장이 된 후에는 "나중에 회사 회장이 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한다. 최 회장은 지금까지 동기회장을 맡고 있는데, 동기생들은 말이 씨가 됐다며 축하를 전했다는 후문이다.
어디서든 주인이 되고 서는 곳마다 참되다는 의미의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최 회장의 36년 철강인생을 한마디로 요약하는 말이자, 그의 좌우명이다. 최 회장은 조직 변동이나 그룹사 이동에도 흔들리지 않았으며 조직에 동화되기 위해 노력했고 공부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사진/포스코
2008년 계열사 포스코건설 경영전략실장으로 발령 났을 때에도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보자고 마음 먹고 건설 분야 공부에 매진했다. 모든 임원들과 친분을 쌓기 위해 임원들이 모이는 자리마다 참석했다. 본인이 마음을 열어야 다른 임원들이 여러 지 이야기를 해줄 것이라고 생각해 '건설화'되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2010년 포스코에 돌아왔다가 2014년 포스코대우로 발령났을 때도 같은 마음으로 '포스코대우화' 되기 위해 팀장 이상 부장들과 자주 소통하는 자리를 가졌다. 올해 초 포스코켐텍 사장으로 발령 났을 때 주변 사람들로부터 걱정과 위로의 말을 들었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포스코켐텍은 포스코그룹이 차세대 먹거리 사업중 하나인 에너지 저장 소재를 책임지는 회사인만큼 모기업 사장만큼이나 중요한 자리라고 여겨 현장 경영에 매진했다.
지난 3년 가까이 그룹내 구조조정에 심혈을 기울이다보니 심신이 지친 측면도 있었고 참모로서 한 분야를 깊이있게 보는 것보다 대표로서 회사 전반을 총괄하는 경험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포항에서 등산도 하면서 체력도 보충하고 최고경영자(CEO)로서 안목도 넓혀볼 참이었다.
포스코 각 분야에서 개선하면 좋을 점, 최근 회사를 둘러싸고 있는 우려에 대한 해결책, 타사에서 배웠으면 하는 점을 매일매일 노트에 정리했다. 포스코켐텍 사장 후임자에게 전해줘도 좋고 포스코로 다시 돌아가거나 더 큰 기회가 온다면 업무에 큰 도움이 될 성 싶었다. 그러던 중 올해 4월18일 권오준 회장이 사임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그때부터 외부 출입을 자제하고 포스코의 시대적 소명과 비전을 좀 더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경영 쇄신방안과 CEO의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조직문화, 사업계획, 대북사업, 사회공헌 등 분야별로도 전략안을 만들었다. 2달여가 지난 뒤 경영 아이디어 노트는 2권 분량으로 두껍고 촘촘해졌다. 이 노트는 CEO후보추천위원회에서 그가 면접대상자로 결정됐을 때 사외이사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경남 고성 구만면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나고 자란 최 회장은 구만초등학교를 거쳐 회화중학교를 나왔다. 당시 구만면에는 중학교가 없어 좀 더 큰 면 소재지인 회화면으로 매일 6km씨 걸어서 등교했다. 회화중학교는 수석으로 입학했다. 가난한 농가 형편에 배불리 먹어본 기억이 없는 작은 체구의 아이였지만 초등학교 6년 내내 전교 1등을 한번도 놓친 적이 없었다. 고등학교는 부산으로 다녔다. 부모님께서 매달 보내주시는 쌀 한 말로 큰 집에 신세를 지며 수학했고 동래고등학교를 거쳐 부산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포스코 입사 후 1990년대 초반, 주말도 없이 일에만 파묻혀 지내다보니 고지혈증이 찾아와 간경화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았다. '이런 몸 상태로 일이나 계속 할 수 있겠나’하는 생각에 겁이 덜컥 난 그는 매일 아침 북부해수욕장 모래사장을 뛰었다.
건강 관리 습관은 지금까지도 변함 없다. 등산, 자전거 등 건강한 취미 생활도 하나 둘 만들었고, 사무실까지 계단을 이용해 오르내리기를 생활화하고 있다. 그러면서 건강관리를 혼자만 하지 않는다. 임원들이나 그룹장, 팀장들과 주말 등산을 함께한다. 포스코켐텍 사장 재직 중에도 "리더가 건강해야 현장 곳곳을 다니며 직원들의 안전을 지킬수 있다"며 연말까지 계획을 짜놓고 매월 1회 전 임원 및 그룹장들과 등산을 해 왔다.
포스코 측은 "많은 사람들이 신입사원이나 과장 등 시절에 선호하는 조직이 있고 그 자리만 해바라기처럼 바라보며 가려고 노력하는데 최 회장은 그러기보다는 자신이 있는 위치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한 인물"이라며 "후배들에게도 그런 리더가 되기를 주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세준 기자 hsj121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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