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 종일 앉아서 일하는 A씨는 종종 목 부근에 통증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귀에서 '삐'하는 소리도 들리기 시작했다. 무시하고 지내다보니 점점 심해져 하루 종일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결국 이비인후과에 내원해 각종 검사 후 다 정상이라는 얘기를 듣고 몇 가지 약을 처방받아 복용했지만 큰 호전이 없었다. 이후 한방치료를 시도한 A씨는 목이 안 좋다며 '체성감각성 이명'이라는 다소 생소한 병명을 듣게 됐다.
이명은 실제로 밖에서 소리가 나지 않는데 본인은 소리를 인식하는 상태를 말하며 심한 경우 일상생활에 장애를 가져온다. 고도의 경쟁과 스트레스 속에서 현대인의 이명은 증가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이명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지난 2014년 약 28만명에서 지난해 32만명으로 13%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10대가 4%, 20대가 7%, 30대 9%, 40대 14%, 50대가 22%, 60대가 22% 등이었다.
이명 환자의 약 75%는 청력저하를 동반한다. 이런 환자는 귀의 이상으로 이명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나머지 25%는 '체성감각성 이명(체성이명)'이다. 체성감각이란 외부에서 신체 표면에 가해지는 촉감, 압력, 진동 등 다양한 감각 자극을 말한다. 체성감각은 청각을 뇌로 전달하는 '배측와우핵'이라는 곳으로 들어가 이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체성감각에 문제가 생기면 오히려 감각을 흥분시켜 이명이 발생한다.
특히 머리, 목, 턱 부위는 청각과 신경학적으로 연결돼 이곳의 근육이나 인대의 이상으로 체성감각에 문제가 생기면 이명이 유발된다. 따라서 체성감각성 이명인 경우 근육의 수축, 관절의 움직임, 피부 자극과 같은 감각 혹은 움직임에 의해 이명의 크기와 강도가 변한다. 청력저하가 없는 젊은 사람에게서 많이 발견되며, 최근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이 많아지고 장시간 좋지 않은 자세로 앉아서 근무를 많이 하는 경우가 많아 체성이명 환자가 늘고 있다.
체성이명에 관여되는 근육은 승모근, 흉쇄유돌근, 익상근, 측두근, 교근과 같이 어깨, 목, 턱에 부착되는 근육들이다. 굽은 어깨자세, 한쪽으로만 씹거나 이가는 습관, 거북목, 스트레스로 인한 목근육 경직, 잘못된 운동 등 안좋은 습관들이 오래 누적되면 근육에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따라서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굳은 근육에 대해 자주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이러한 관리만으로도 많은 근육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많이 진행돼 체성이명까지 나타난 상태에서는 관리만으로는 조절되지 않아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한방치료는 근육의 문제로 발생한 체성이명에 효과가 좋다. 특히 이명에 대한 침 치료의 효과는 여러 연구를 통해 많이 밝혀진 상태다. 이명에 사용되는 전기침은 염증반응을 가라앉히고 통증을 낮추는데 더욱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김민희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이비인후과 교수는 "근육이 원인이 돼 발생하는 체성감각성 이명은 귀 자체보다는 원인이 되는 근육을 정확히 찾아 이를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원인 부위에 침, 부항, 텐스치료 등을 적용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명의 대부분은 귀 자체에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지만 체성이명의 경우 목과 어깨 등의 근육이 원인이 돼 근본적인 치료법이 다르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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