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지난달 부진한 고용 성적표가 공개되면서 또다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경로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고용·물가 등 경기둔화 경고음이 한층 커지면서 한은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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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30일 정례회의를 열고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한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동결 결정을 내리며 연 1.50%의 기준금리 수준을 현행대로 유지했다. 당시 한은은 동결 배경으로 부진한 고용, 물가 상황 등을 꼽았다. 한은은 "고용 상황은 취업자수 증가 규모가 소폭에 그치는 듯 계속 부진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소비자물가는 농산물 가격 상승세 확대, 전기요금 한시 인하 종료 등으로 오름세가 1%대 후반으로 높아졌다"면서도 "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크지 않아 통화 정책 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경기 안정을 택했다.
다만 한은은 금융불균형 확대 등을 우려하며 11월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성장세가 잠재 수준을 유지하고 물가 상승률이 정책 목표에 가까운 정도라면 금융 안정에 더 유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에도 밝혔는데, 그럴 단계가 가까워 진 것이 사실"이라며 "통화정책 당국도 금융안정 리스크를 유념해야 할 단계"라고 거듭 금리 인상 신호를 보냈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이달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예상해왔다. 특히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가 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사실상 다음달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함에 따라 한은도 인상 경로를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커졌다. 미 연준은 성명서를 통해 "금리 목표 범위의 점진적 추가 인상이 경제활동의 지속적 확장과 노동시장 호조, 물가상승 목표 등과 부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히며 12월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
문제는 부진한 고용지표 등 경기둔화 우려다. 지난 10월 금통위에서도 한은이 결국 택한 건 '금융 안정'이 아니라 '경기 안정'이었다. 이달 들어 경기둔화 경고음이 한층 커지면서 저금리의 정상화 과정은 더욱 쉽지 않다. 실제 이날 발표된 통계청의 10월 고용동향 결과는 경기둔화 우려를 더욱 확대했다. 지난달 고용시장은 취업자 수 증가 규모가 4개월 연속 10만명대를 밑돌았으며, 실업률은 10월 기준으로 2005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 산업생산은 석 달 만에 하락 전환했고, 설비투자는 반도체 효과를 빼면 마이너스다.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위축에 정부도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1월호'에서 두 달째 '경제회복세'라는 판단을 삭제했다.
이같은 이유로 시장에서는 조심스레 동결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8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최근의 대내외 경제환경 변화를 감안할 때, 단기 거시경제정책은 당분간 현재 수준의 완화적인 기조를 유지해 경기불안 가능성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통화정책은 내수 증가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수요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도 여전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당분간 완화적인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김명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을 고려하면 추가 인상의 경계감은 유지되겠으나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실물지표 개선이 미흡하고 내년 미국의 금리 인상 지속 불확실성도 부담이라 인상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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