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현대차와 광주시가 '광주형일자리' 사업을 놓고 이견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병훈 광주시 부시장을 단장으로 한 투자유치협상단과 현대차 측은 15일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광주시는 국회 예산 심의가 종료되는 이날을 데드라인으로 삼고 협상에 나섰지만 핵심 쟁점에서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양측은 오는 18일까지 시한을 연장했다.
쟁점은 임금과 근로시간으로 좁혀진다. 현대차는 주 44시간 근무, 평균 연봉 3500만원 수준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광주시는 1일 8시간, 주 40시간을 기본으로 하고 사업장별 생산량 변동에 따라 주 12시간 한도 내에서 연장 및 휴일 근로를 실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연봉의 경우 광주시는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하지 않았다. 광주시 관계자는 "지난 13일 투자유치협상단 내부 회의에서 임금 수준은 향후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이해당사자 간 협의를 통해 결정돼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차종도 현대차는 1000cc 미만 경형 SUV 위탁생산 방안을 고수하고 있지만, 협상단은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 차량의 생산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단체협약 사안에서도 현대차는 합작법인 설립 초기 노사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5년간 임금·단체협약(임단협) 유예를 요구하고 있지만, 광주시는 난색을 표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조건이 맞지 않는다면 광주형일자리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압박했다.
현대차 노조가 현대차와 광주시의 광주형 일자리 사업 추진에 반발해 지난 13일 서울 양재동 본사를 찾아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사진/현대차 노조
한편, 현대차 노조는 현대차와 광주시가 광주형일자리 사업에 합의할 경우 곧바로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기아차 노조도 전날 총파업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하부영 노조위원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광주형일자리 추진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에서 "경차는 수익성이 매우 낮아 광주형일자리 합작공장의 10만대 규모로는 독자적인 유지가 어려워 결국 실패로 귀결될 것"이라며 "광주 지역 일자리가 부족하다면 지속 가능성이 낮은 자동차 공장 유치보다 주 52시간제를 주 40시간 등으로 단축해 일자리를 나누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광주형일자리 성사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노조의 강한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사업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광주형일자리 사업이 무산된다면 노조가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광주시가 지역 노동계를 설득하기 위해 기존보다 협상 조건을 높였다"면서 "이로 인해 양측 의견차를 해소하기 더욱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광주형일자리 사업은 국내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탈피할 수 있는 모델이지만 현재로서는 협상 타결이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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