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스포츠토토 주주들이 횡령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조경민 전 오리온그룹 사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이 배상 책임이 없다고 확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스포츠토토 주주 손모씨 등 93명이 조 전 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대법원은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행위로서의 횡령이 있어야 하는데, 관련 형사재판은 조 전 사장이 납품대금을 영득했는지에 관한 명시적인 판단을 하지 않은 채 참가인 마케팅부에서 영업부 주문수량보다 많은 수량을 발주한 사실이 있다는 관련자들 진술에만 기초해 조 전 사장이 횡령했다고 판단했다"며 "이러한 관련 형사재판의 확정판결은 조 전 사장이 투표용지와 롤 영수증을 허위로 발주해 그 대금 상당액을 횡령했다는 사실인정의 근거로 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고들과 참가인인 스포츠토토로서는 조 전 사장이 참가인의 자금을 횡령했다는 점에 관해 증명할 책임이 있는데, 원고들과 참가인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조 전 사장이 스포츠토토가 필요로 하는 수량보다 많은 양의 투표용지와 롤 영수증을 발주해 그 대금을 지출하게 했다고 해도 스포츠토토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 전 사장은 친인척 등을 통해 회사를 세운 뒤 영수증 용지 등 물품을 허위 발주해 회사자금 15억7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2014년 9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6개월이 확정됐다.
이에 손씨를 비롯한 스포츠토토 주주들은 조 전 사장의 횡령 행위로 손해를 입었다며 108억3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 자료가 돼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와 반대되는 사실은 인정할 수 없다"며 조 전 사장이 주주들에게 15억72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민사재판에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춰 형사재판과 다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면서 "형사재판의 확정판결은 피고의 횡령 사실에 관한 사실인정 근거로 삼을 수 없다"고 원고 패소했다. 대법원도 항소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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