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카풀 운전자의 '전업 드라이버' 활동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플랫폼 수수료, 소득세, 유류비 등을 빼면 운전자들 손에 쥐어지는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김길래 카풀러 대표가 지난달 30일 서울시 강남구 모처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동현 기자
승차공유 이용자 모임인 카풀러를 이끄는 김길래(37) 대표는 지난달 30일 서울시 강남구 모처에서 기자를 만나 "카풀을 허용하면 전업 드라이버가 속출해 택시 시장을 위협할 것"이라는 택시업계 주장에 정면 반박했다. 김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최대 20%의 플랫폼 수수료와 소득세 6.6%를 제외하면 카풀 드라이버는 택시 요금의 절반 수준을 벌 수 있다. 여기에 유류비 등 차량 유지비용까지 제외하면 실제 운전자 수중에 남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게 김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카카오는 차량 등록일 7년 미만 차량만 받는데 운전자들이 새 차의 운행거리를 늘려가면서까지 전업으로 카풀 활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대표는 카풀 운전자들 자정 활동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카풀러 커뮤니티원은 전업 드라이버 활동을 부추기는 구성원에게 일침을 가하는 등 커뮤니티 스스로 규범을 만들어 출퇴근 승차 공유라는 본래 의미를 살리자는 취지다. 실제 구성원의 대화를 살펴보면 "돈 생각하고 하면 그냥 혼출(혼자 출근), 혼퇴(혼자 퇴근을 추천한다)", "돈 벌려고 카풀 하나. 유류비 좀 줄이는 데 만족합시다" 등의 글을 어렵사리 볼 수 있다.
김 대표는 최근 국회에 발의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에 대해선 정치권이 현실을 알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출퇴근 시간을 명확히 하자는 법안은 직장인의 실상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나온 발상"이라며 "'나인 투 식스(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하는 직장인이 줄고 있다. 나도 정오에 출근해 오후 9시에 퇴근한다"고 말했다. 운수사업법 81조는 자가용 자동차 유상운송을 금지하되 출퇴근 시간만 예외 조항으로 허용했다. 국회에 발의된 3개 개정안은 카풀 서비스를 아예 금지하거나 출퇴근 시간을 법으로 명확하게 규정하는 조항 등으로 사실상 카풀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 도입한 택시 산업 지원금 도입에도 반대 뜻을 밝혔다. 미국 일부 주와 호주 등에서는 카풀 업체 수익의 일부를 세금으로 걷어 택시 산업에 지원하고 있다. 이 내용이 현재 국내에서도 택시·카풀 업계 중재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카풀러 113명이 참여한 '택시 기금 마련' 설문에 따르면 답변자 95% 이상이 택시 지원금 도입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다만 김 대표는 카풀 운행 횟수 제한의 경우 단기 처방이 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카풀 운행 횟수 제한은 현재 일부 카풀 업체들이 도입·권고하는 정책으로, 일 운행 횟수를 2~3회로 제한한다. 김 대표는 "드라이버들이 택시업계의 반발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며 "카풀 운행 횟수가 중요하진 않다. 카풀 발전 차원에서 운행 횟수를 제한하되 차차 이를 풀어 줄 방향을 논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운영하기 시작한 드라이버 단체는 지난해 3월 처음 만들어졌다. 카풀러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것은 6개월 전이다. 2달 전 불과 1700여명에 불과하던 단체는 카카오가 카풀 드라이버 모집을 시작하면서 2만명까지 늘었다. 30~40대가 60%를 차지하며 20대 후반이 20%, 50대 이상이 10% 미만을 차지한다. 김 대표는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를 준비하기 시작할 즈음부터 가입자가 늘었다"며 "택시업계가 반대 집회를 열었지만 오히려 그 시점부터 카풀 찬성 여론도 커졌다"고 말했다.
카풀러 대화방. 드라이버들이 승차공유 취지를 공유하며 자정 노력을 하고 있다. 사진/김길래 대표 제공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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