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격으로 한 선거제도 개편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선거제 개편을 논의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활동시한은 한 달도 남지 않았지만, 논의는 오히려 뒷걸음질 치는 모습이다.
그동안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요구해온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은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바른당 손학규·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하지만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입장은 비교적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평가다. 9일 국회 등에 따르면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석패율제 검토를 골자로 하는 정개특위 합의안을 예산안 합의문에 반영하는 방안에 대해 명시적으로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한국당은 공공연히 농어촌 지역에 소선거구제를, 도시 지역에 중선거구제를 각각 적용하는 도농복합 선거구제를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결렬됐다.
야3당이 요구하는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위해선 지역구 의석을 현재보다 크게 줄여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지역구가 사라질지 모를 현역 의원들의 반발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의원정수 확대 시 반대 여론도 부담이다. 또 각 당마다 선호하는 제도가 달라 단일한 개혁안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정개특위 활동시한이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총선 국면에 들어가면 선거제 개편 논의는 더욱 어려워진다.
다만 여야가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이는 방향의 제도 개편 필요성에는 원칙적으로 공감한 만큼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정개특위 활동시한 연장은 선거제 개혁에 대한 여야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은 이날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언제는 선거제 개혁이 쉬웠던 적이 있었느냐"며 "대표들까지 단식하는 상황에서 이번에 목숨 걸고 선거제 개혁을 관철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으로선 문재인정부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한 개혁 입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평소 우군이었던 평화당과 정의당의 요구를 계속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제부터라도 정개특위에서 연동형 비례제를 포함한 선거제도 논의를 빨리 진행해야 한다"며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놓기도 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운데)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야3당의 거대양당 야합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이정미·바른당 손학규·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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