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카카오 카풀, 콜 잡는 데 1시간반…매칭 속도·상호 안전성 과제로
30분만에 첫 매칭…크루 거부로 기다림 연속
카풀 크루 "카풀을 전업으로? 시간 여유 있으니 하는 것"
2018-12-10 14:37:46 2018-12-10 16:13:12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10일 카카오모빌리티 카풀 서비스가 처음 개시되고 맞는 첫 평일 아침 7시40분, 출근을 위해 집을 나와 '카카오T' 앱을 열었다. 카카오 카풀은 '택시', '블랙'에 이은 세번째 탭에 자리해 있다. 출발지와 도착지에 각각 구의역 크레신타워와 을지로삼화타워를 입력하면 추천 요금 '12,500원'과 '요금 직접입력란'이 뜬다. 요금을 확인하고 인원, 좌석(뒷자리 선호), 할인 쿠폰 등을 선택해 '카풀 호출하기'를 누르면 카풀 매칭이 시작된다.
 
카카오T 카풀 서비스. 매칭 실패 화면(왼쪽)과 매칭 후 크루의 일방적인 거절 후 뜨는 신고 화면(오른쪽). 사진/카카오T 캡처
 
카카오 카풀 매칭은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호출하기 버튼을 누른 후 약 3분이 지나도 매칭에 성공하지 못하면 '죄송합니다. 응답한 크루가 없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다시 카풀 호출하기' 버튼이 올라왔다. 계속되는 매칭 실패로 반복해서 호출을 시도한 지 30분 만에 첫 매칭에 성공했다. 카카오 카풀 운전자(크루)의 출발지는 서울아산병원 인근으로 구의역까지 차량으로 약 15분 거리였다. 매칭 성공 이후 크루의 움직임을 보며 '15분만 기다리면 되겠구나'하고 추위 속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매칭 성공 후 5분이 채 안 됐을 때 '크루의 요청으로 호출이 취소되었습니다'라는 알람이 떴다. 크루가 승차를 수락했다 취소를 누른 것이다. 다시 카풀 매칭을 시도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열고 기다리는 기자 옆으로 버스·지하철 승차객들이 지나갔다. 버스 정류장에는 '현재온도 -8도'라는 안내 문구가 지나갔다.
 
첫 크루를 알 수 없는 이유로 보내고 30분을 더 기다려 2번째 크루와 매칭됐다. 그러나 이 크루는 조작 미숙인지 원치 않았던 콜인지 알 수 없는 이유만 남긴 채 콜 수락 직후 바로 승차를 취소했다. 처음 카카오T 앱을 틀고 1시간을 그렇게 흘려보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한번 카풀 호출을 시도했다. 매칭에는 성공했지만 크루가 언제 취소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크루의 출발지는 영동대교 남단으로 약 10분 거리였다. 매칭 후 20분을 기다린 끝에 크루의 차량에 탑승할 수 있었다.
 
카카오T 카풀 매칭 후 제공되는 정보(왼쪽). 크루의 출발지와 소요 시간 등 정보를 제공한다. 오른쪽은 탑승 후 제공 화면. 이용자가 탑승하면 운행 정보와 함께 긴급 상황에 대비해 호출할 수 있는 '긴급 신고' 버튼이 제공된다. 사진/카카오T 캡처
 
"오래 기다리셨어요? 빨리 온다고 왔는데 차가 많이 막히네요."
 
1시간 30여분을 기다린 끝에 만난 크루의 첫마디였다. 서울시 중구 인근에서 프리랜서 웹 디자이너로 근무 중인 이우진(가명·44세·서울시 송파구)씨의 카카오 카풀 첫 탑승객이 기자라고 밝혔다. 그는 "실제로 카풀 서비스로 누굴 태우고 출근하게 돼 신기하다"며 "탑승객을 태우러 가면서도 갈까 말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씨가 동승을 고민한 이유는 기존과 다른 출근 경로 탓이다. 평소 성수대교로 통근하던 경로 말고 청담대교를 지나와 일부 경로를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왕 카카오 카풀로 연결됐는데 무시하고 지나가면 마음이 불편했을 것"이라며 "혼자 가는 것보단 낫겠다 싶어 돌아오는 불편함을 감수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카풀 서비스가 활발해져 국내 택시 문화가 변화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카풀 전업 드라이버 논란도 있던데 전업으로 자가용을 끌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운전자는 없을 것"이라며 "나 같이 출근 시간이 비교적 여유로운 사람이나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운전하다 보면 다소 과격한 택시 운전사들을 보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며 "지난달 택시 집회가 있을 때 오히려 거리가 한산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카풀의 강점을 '금액'으로 꼽았다. 목적지를 입력하면 바로 나오는 금액이 기존 택시 가격보다 저렴하고 교통 상황이 변해도 고정돼 이용자들이 선호할 것이라 설명이다. 실제로 이날 카풀 서비스 요금은 1만2500원으로 같은 거리를 카카오 택시를 이용했을 시 나오는 예상 금액 1만6400원보다 약 23% 정도 저렴했다.
 
일부 운전사들은 카카오 카풀의 상호 안전성에 의문을 표시하기도 했다. 카풀 탑승자뿐 아니라 운전자들도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날 서울시 용산구 용산역에서 만난 카카오 카풀 크루 박재용(가명·51세·서울시 종로구)씨는 "이용자 입장에서도 어떤 운전자가 올지 모르지만 운전자들도 어떤 탑승객이 탈지 모른다"며 "만취자라도 걸리는 날이면 불안감에 떨며 귀가할 것 같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 크루를 모집하며 휴대폰 실명인증, 정면 사진, 운전면허증 등 13가지 서류 심사 과정을 거쳤다. 카풀 매칭에 성공하면 크루 이름과 사진, 차량 종류·번호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회사는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탑승객이 긴급 신고를 할 수 있는 '112 문자 신고 기능'을 탑재해 이용자 안전 확보 체계를 준비했다. 그러나 크루 입장에서는 탑승객 정보를 알 수 없다. 아울러 크루용 112 문자 신고 기능도 준비 중인 상황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크루뿐 아니라 탑승자들도 서로를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이용 문화를 개선할 것"이라며 "크루용 112 문자 신고 기능은 17일 정식 서비스부터 적용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매칭 지연과 관련해서는 "지금은 베타 서비스 기간으로 버그, 서비스 작동 등 기술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점을 뒀다"며 "이 기간 동안 매칭 시간 지연 문제는 큰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7일 카카오T 카풀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는 17일 정식 서비스에 돌입한다. 베타 서비스 기간 발생한 지적 사항을 개선해 정식 서비스에 적용할 계획이다.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