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해곤기자] 정부가 전기요금 체계 개편에 나선 가운데, 전문가들은 현 누진제를 유지하되 요금을 조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45년만의 전기요금 누진제 완전 폐지 방향보다는 차등적 요금제를 유지하되 구간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논리다.
1일 <뉴스토마토>가 집계한 에너지 전문가 설문에서 10명 중 4명은 현 누진제를 유지하되 요금 조정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누진제 개편 논의의 시발점인 '전기요금 폭탄' 우려를 해소하고, 적절한 요금으로 과도한 전력 낭비는 막아야 한다는 얘기다.
현행 주택용 전기요금 구간은 1단계 200킬로와트시(㎾h) 이하, 2단계 200~400㎾h, 3단계 400㎾h 초과의 3단계다. 요금은 1단계 ㎾h당 93.3원, 2단계 187.9원, 3단계 280.6원이다. 최저·최고단계의 요금차이는 3배에 달하고, 사용량이 많은 구간일수록 요금이 급격히 오르는 구조다. 최근 이상기온으로 폭염과 혹한이 잦아지면서 이른바 '전기요금 폭탄'이 개편 논의에 불을 지핀 것이다.
제작=뉴스토마토
전체 응답자 중 40.0%는 현재 누진제를 유지하고 요금 조정을 해야 한다고 답했고, 23.3%는 계시별 요금제 도입을 주장했다. 계시별 요금제는 계절과 시간대에 따라 요금을 달리 부과하는 방식이다. 단 계시별 요금제는 스마트계량기(AMI)가 설치된 곳에서 시행이 가능한 탓에 전체 가구로 확산하기에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걸린다.
석광훈 녹색연합 상임위원은 "우리는 아직까지 100년 전에 도입한 기계식 계량기를 사용하고 있지만 일본은 AMI의 도입이 50%, 중국은 70%가 넘었다"며 "수요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데다 전기는 시간에 따라서 가치가 다른데 이런 부분도 반영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누진제를 완전 폐지(10.0%)하고 시장 원리에 맞겨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지식기반기술·에너지대학원 교수는 "현 전력시장은 한전이 독점판매하는 구조인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다양한 생산자들이 전력을 자유롭게 판매하고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 있으면 자연스럽게 시장 가격으로 거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8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기요금 지원대책' 당정협의에서 김태년 정책위의장(왼쪽 세번째)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외에 현 3구간을 2구간으로 통합해 요금 조정을 해야 한다는 의견은 6.7%로 가장 적었다. 기타 의견으로는 "전력시장 개방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과 "누진제 완전 폐지와 동시에 가격도 인상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월 민·관 합동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를 공식 출범하고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작업에 착수했다. 1만가구를 대상으로 전기요금 실태를 조사하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상반기까지 최종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TF는 현행 제도 수정은 물론 누진제 폐지까지도 논의 대상에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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